도시 재생의 새로운 고민
서울의 정비사업 인허가 시스템이 큰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가 독점하고 있는 인허가 권한을 자치구로 분산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죠. 이 논의는 단순한 행정 절차 개선을 넘어 서울 도시 발전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부터 소규모 주택 재건축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비사업이 서울시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문제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비롯해 7개 위원회에 심의가 분산되면서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동구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정비사업장 1,054개 중 79.6%인 839개가 1,0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인데, 이런 작은 규모의 사업까지 시 차원에서 심의하다 보니 업무 부담이 과중한 상황입니다.
속도를 위한 구조 개편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이원화 구조'입니다. 5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사업은 서울시가, 그보다 작은 규모는 자치구가 담당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서울시는 여전히 전체 정비사업 물량의 72%를 책임지게 되지만, 자치구의 전문성을 활용해 소규모 사업의 인허가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주된 논리입니다.
경기도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미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인허가권을 부여하고 있어 사업 진행이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죠. 여권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서울에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함정이 될 수 있는 속도
하지만 속도만 강조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자치구별로 경쟁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난개발과 도시계획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재개발로 인구가 급증했음에도 교통 인프라 개선이 뒤따르지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치구 위임이 '전세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민선 구청장들이 지역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사업 추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질 수 있고, 이는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자치구별로 인허가 기준이 달라지면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연계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찾아야 할 균형점
이 논의의 핵심은 결국 '효율성과 균형 발전 사이에서 최적의 지점을 찾는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치구별 개별적인 사업 추진이 도시 전체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편의시설과 공공임대 주택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주민들의 생활 편의가 오히려 저하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죠.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무리한 주장을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균형 있는 도시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논의는 단순히 '권한 이전'이 아니라 서울의 미래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셈입니다. 정비사업의 속도 개선과 도시 계획의 균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