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밤 8시까지…글로벌 '시간 연장' 경쟁 속으로
9월 14일부터 국내 주식 시장이 밤까지 열리게 됐습니다. 한국거래소(KRX)는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새로 운영하며, 기존 시간외 단일가 매매를 폐지했는데요. 이는 미국이 23시간 거래를 승인하고, 일본과 호주, 독일이 시간을 늘리는 등 전 세계적으로 거래 시간 확대 경쟁이 본격화된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실 이번 변화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국내 거래 시간 제도에 대한 첫 단추를 꿰는 조치입니다.
당연히 거래 방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기존에는 10분마다 주문을 모아 체결했지만, 이제는 정규장과 동일한 실시간 접속매매가 가능해졌습니다. 거래 대상 종목도 기존 약 600개에 머물던 대체거래소(NXT)와 달리, 투자경고나 정리매매 종목 등 일부를 제외한 2,700여 개의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주식 대부분을 포함합니다. 다만 시장가 주문은 제한되고 지정가, 최우선지정가, 최유리지정가 주문만 가능한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이번 도입으로 KRX와 NXT 간의 경쟁도 본격화했습니다. 투자자는 직접 거래 시장을 선택할 수 있으며, 증권사는 스마트 오더 라우팅(SOR) 시스템을 통해 여러 시장 중 최적의 가격으로 주문을 처리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국내외 경제 지표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동성 부족과 가격 왜곡 우려
반대로 밤 시간대 거래의 가장 큰 고민은 유동성입니다. 야간에는 참여자가 적어 호가 공백이 생기기 쉽고, 적은 주문량으로도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투자자가 적정 가격에 거래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여지도 커집니다. 거래소와 감독당국은 야간 인력 운영과 교대근무 체계를 통해 감시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운영 방식의 미묘한 차이도 불편함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의 주문이 서로 연동되지 않아, 정규장에서 미체결된 주문이 애프터마켓으로 자동 이어지지 않고 그대로 취소되는 것인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소는 정규장과 프리·애프터마켓 주문을 잇는 '원보드(One Board)'를 개발해 내년 12월에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은 과제와 향후 전망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 이번 애프터마켓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지적됩니다. 이는 시장 변동성과 유동성공급자(LP) 관리 문제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는데, 향후 포함 여부가 시장 완성도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입니다.
물론 거래 시간 확대 자체는 글로벌 추세를 따르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미국은 이미 ATS 야간 세션 도입 이후 일평균 거래건수와 대금이 크게 늘었고, 일본 역시 시간 연장 이후 거래량이 점차 증가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KRX 역시 이번 애프터마켓 운영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며, 해외 거래소의 동향을 주시한 뒤 추가적인 시간 연장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12시간 거래 시대가 열린 만큼, 유동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아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