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나흘 만에 뒤집힌 ISA 개편안
정부가 내놓은 ISA 개편안이 발표 나흘 만에 전면 재검토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투자자와 청년층의 거센 반발을 보고받은 뒤, 해당 정책의 준비 부실을 강하게 질타하며 원점 검토를 지시했는데요.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으로 세제 개편안이 자체 수정되는 상황으로, 작년에도 대주주 기준 강화안이 연말 매도 폭탄 우려로 전격 철회된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생산적 금융 ISA'는 국내 주식 등에 투자할 경우 이자와 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하지만 기존 ISA의 장점이 대폭 줄어든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계약 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에서 최대 5년으로 제한되었고, 연간 납입 한도를 다음 해로 넘기던 이월 제도도 폐지되었습니다. 특히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 등에게는 연말 한도를 채우지 못하면 그대로 소멸되는 구조라 불만이 컸습니다.
투자자들이 분노한 결정적 이유
가장 큰 불만은 투자 대상이 지나치게 좁혀졌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ISA는 국내 상장 주식과 펀드에만 투자 가능하게 설계되었는데,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S&P500과 나스닥100 등 국내 상장 해외 ETF가 제외되면서 사실상 국내 증시 투자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장기 절세와 복리 효과를 노리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선택권이 크게 줄어든 셈이고,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차라리 미국 직접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 역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대주주가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려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PBR 기준으로 적용 대상을 추정하는 방식이 편법 회피의 여지가 넓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정부안은 이소영 의원안보다 기준이 완화되어 코스피 87개, 코스닥 43개 등 약 130개 기업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엇갈린 정치권 반응과 남은 과제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대해 여당은 시장 의견을 반영한 적절한 조치라며 환영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이번 사태를 '졸속 국정'의 전형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정책을 먼저 발표해 놓고 문제가 터지면 부처와 참모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책임 회피라는 주장입니다. 일부 언론은 이번 조치가 최근 2030 청년층 지지율 하락세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재검토로 정부는 다음 달 국무회의 의결 전까지 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손볼 예정입니다. 다만 정책의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단순한 땜질식 처방을 넘어 투자자의 자산 형성권과 세제 공평성을 모두 고려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