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치는 낮췄는데, 상승 여력은 60%?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12개월 목표지수를 기존 1만2000에서 9000으로 25%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6월 고점 대비 코스피가 35% 이상 급락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목표를 내리면서도 현재 수준에서 60% 이상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는 겁니다. 목표치를 크게 낮추면서 동시에 저평가론을 유지하는, 다소 반전적인 메시지입니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시장이 부정적인 펀더멘털 전망을 지나치게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며 기업가치 평가에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한국 증시가 위험 대비 수익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목표 하향은 시장 방향을 뒤집은 게 아니라, 급락한 현실을 가치평가 가정에 반영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반도체 매도가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다
이번 조정의 배경에는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비중이 큰 코스피는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수익성 의구심이 커지면서 직격탄을 맞았고요. 매도세가 반도체에서 다른 업종으로 번지며 지수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지표도 극단적인 수준입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코스피의 향후 12개월 예상 PER은 약 4배로, 세계 18개 주요 증시 중 가장 낮으면서 2006년 이후 처음 나타난 수준입니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요. 골드만삭스는 현재 반도체 주가가 2027년 이익이 65% 감소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반영한 과도하게 비관적인 가치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이익 감소폭이 그보다 작다면 주가 재평가의 여지가 있다는 해석입니다.
AI가 움직이면 모든 것이 움직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AI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움직이면 모든 것이 움직인다'는 옛 격언이 'AI가 움직이면 모든 것이 움직인다'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는데요. 10월 초 프라임브로커리지 장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주 매도가 발생했고, 2027년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자본적지출은 약 1조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골드만삭스가 주목하는 투자처는 반도체 밖에 있습니다. 전력과 산업재,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주, 내수 경기 회복 수혜 기업, 그리고 한국 대중문화 확산의 이득을 보는 기업들입니다. AI 투자 열풍과 무관한 성장 동력을 가진 종목들이 향후 코스피 재평가를 이끌 변수로 꼽히는 셈입니다. 시장의 관심은 결국 AI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집중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