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드러난 저수지, 논밭 살리기 총력전
2026년 8월 중순, 경남을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수율과 기록적인 폭염이 겹치면서 농경지가 바짝 마르고 있는데요. 일부 저수지는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며, 농민들은 벼와 과수가 고사하는 걸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 경남 지역의 평균 농업용수 저수율은 31%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밀양은 22.6%, 함안 25%, 거제 27.3% 등 일부 지역은 30%를 훌씬 밑돌며 가뭄 최고 단계인 '심각' 상태입니다. 농경지 피해 면적도 2,800㏊를 넘어서면서 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방차와 군 장병들이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지 나흘째인 15일, 전국에서 모인 소방 물탱크차 100대와 경남 자체 차량 59대가 투입되었습니다. 여기에 육군 제39보병사단을 비롯한 군 급수차 102대까지 합류해 사흘간 2만 6천 톤이 넘는 물을 논밭에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말라버린 계곡과 저수지를 감안하면 이조차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흙 속에서 물 길을 찾는 긴급 조치
정부와 지자체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물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경남도는 백호우 27대와 덤프트럭 13대, 양수기 51대를 긴급 투입해 하천을 굴착하고 용수를 끌어올렸습니다. 하천 바닥을 2m 넘게 파내 웅덩이를 만들어 농경지에 공급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제시와 하동군, 진주시 등에서도 비상 급수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관정 개발과 수중펌프 설치, 소방차 및 살수차 동원 등 지역별 맞춤형 대응이 펼쳐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레미콘 차량과 건설업체 살수차까지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섰습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광복절 연휴에도 현장을 찾아 지원 인력을 격려하며 추가 피해 방지를 주문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수량 부족이 워낙 극심하다는 점입니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경남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6%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소방차와 군 장비가 공급하는 물은 일시적인 고통 완화에 그치고, 저수지와 댐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단비의 기대와 새로운 우려
이번 광복절 연휴, 기상청은 경남 지역에 최대 150~200mm의 많은 비를 예보했습니다. 농민들은 메마른 땅을 적실 '단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가뭄으로 굳어버린 땅에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면 오히려 산사태와 토사 유출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정부는 이번 강수만으로는 누적된 가뭄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관계부처 합동 TF를 강화하고 '남부지역 가뭄 대응단'을 신설해 범정부 차원 대응에 나섰습니다. 소방동원령도 당분간 연장될 전망입니다.
사실 이번 가뭄은 단순한 기상 이변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재난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농업용수 관리와 저수지 시설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이번 위기가 지나간 뒤에도 중장기적인 물 관리 대책과 기후 재난 대응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