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산업의 새 장이 열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에 800억 달러(약 115조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원전 관련주들이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고, 현대건설과 한전기술도 각각 7%, 3%대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투자는 30년 넘게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됐던 미국 원전 산업의 본격적인 재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브룩필드 자산운용, 카메코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AP1000 원전 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번 협약에서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수익의 20%를 확보하고,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를 넘어서면 IPO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얻었습니다.
한수원 합작 논의는 왜 멈췄나
흥미로운 점은 웨스팅하우스와 합작을 논의 중이던 한국수력원자력의 협상이 현재 중단된 상태라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 및 SMR 건설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합니다. 미일 간 관세 협정이 타결되면서 일본 자금이 미국 원전 건설에 투입되자,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 자금의 일부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지원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한수원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기회와 한계
미국의 대규모 원전 투자 소식은 국내 원전 기업들에게는 분명한 기회입니다. 미국은 장기간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자국 내 생태계가 약화된 상황이라, 주기기 및 건설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현대건설은 이미 페르미 아메리카 프로젝트의 대형 원전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원전 시장 공략이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조선업에 이어 차세대 에너지·안보 협력 축으로推进하는 '마누가(MANUGA)'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누가는 에너지 안보, 핵연료 체계,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력 체계입니다.
글로벌 협력 시대의 도래
페르미 아메리카 프로젝트는 텍사스에 원전 4.4GW, SMR 2GW, 가스복합 4GW 등 총 11GW 규모의 복합 에너지 단지를 건설하는 대형 사업으로, 마누가 협력의 첫 실증 무대가 될 전망입니다. KB증권 정혜정 연구원은 "미국 중심의 원전산업 재편으로 관련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특히 SMR 수주와 가스터빈 수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한국에게 원전 시장 경쟁 심화를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적극적인 글로벌 협력 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과 가스터빈 사업을 투트랙으로 추진하는 전략은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지로 보입니다.
원전 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전략적 협력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규모 투자가 가져올 파장은 단순히 주가 상승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지형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