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역 참배와 유족의 질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으로 희생된 55명의 장병 묘역을 참배하며 헌화하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고 채수근 상병의 묘역을 찾아 "많은 게 제자리를 찾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해병대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념식에는 천안함 등 서해 도발 희생 장병들의 유족 1,500여 명이 참석했고, 이 대통령은 이들과 악수하며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행사 후 천안함 피격으로 아들을 잃은 윤청자 씨가 대통령에게 북한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다가섰습니다. 윤 씨는 유족 보상금과 국민성금을 해군에 기부한 이야기를 꺼내며 정부가 북한에 지속적으로 사과를 요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과를 하라고 해서 (북한이) 사과를 하겠습니까?"라고 답변했고, 이 말은 주변에 있는 다른 유족들에게도 전해지며 논란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강조된 '평화'와 상반된 유족의 심정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서해를 "분쟁과 갈등의 경계"가 아닌 "평화와 번영의 터전"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강조했습니다. "굳건한 평화야말로 가장 값진 호국 보훈"이라고 말하며, 강력한 국방력으로 국민과 영토를 지키는 동시에 전쟁 걱정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같은 날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는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회복을 위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는 유족들에게 복잡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윤청자 씨의 아들 민평기 상사의 형 민광기 씨는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무인기 사태 때는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사과는 요구하지 않는 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이 말한 '평화와 번영'이 현실적인 남북 간 입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동상이몽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내비쳤습니다.
과거 이력과 향후 안보 국면
이번 논란은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 이력과 맞물려 더욱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야당 대표 시절, 그는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는 인사를 영입하거나 관련 내용을 공유한 전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거는 서해수호 영웅들의 유족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으며, 이번 기념식에서의 답변은 그 아픔을 다시 건드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이 기념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3년간 불참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의 참석 자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대북 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북방송 중단, 9·19 군사합의 선제적 복원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등 여전히 적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족들의 반발은 정부의 대북 정책이 안보라는 확고한 기반 위에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서해는 북한의 도발뿐 아니라 중국의 불법 구조물 설치 등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해 있어, '안보가 평화'라는 원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