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비는 내리고 진찰료는 올리는 20년 만의 수가 개편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17일 공청회를 열고 CT와 MRI, 검체검사 등 과보상 분야의 수가를 낮추는 대신 20년 가까이 동결되었던 진찰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검사 중심의 왜곡된 보상 구조를 바로 잡고,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조치는 그동안 의료계가 지적해 온 구조적 문제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데요. 혈액검사나 CT, MRI 등은 비용 대비 수익률이 190200%에 달할 정도로 과도하게 보상받고 있었습니다. 반면 내과나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원가의 6184%만 보전받는 열악한 처지였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연간 CT 촬영 건수가 333건으로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해 과잉 진료 논란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수가를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검사 수가의 비용 대비 수익률을 150%로 낮추고, 2028년까지 110%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이를 통해 매년 2조 원 이상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소아과에서는 15분 이상 진료 시 초진 수가를 최대 3배까지 올리고, 내과도 10분 이상 심층 진료 시 수가를 2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필수의료 살리기와 재원 부족의 딜레마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중증 수술과 응급 진료, 소아 및 분만 서비스 등 필수의료에 집중 투입될 예정입니다. 비수도권 의료 취약지와 인구감소 지역 84개 시군구에는 입원료와 진찰료 가산 수가를 도입해 지역 의사의 근무 유인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제시되었는데요. 정부는 이를 통해 이른바 3분 진료를 넘어 충분한 상담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무너져 가는 지역 의료 체계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이번 혁신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대한영상의학회 등은 수가 삭감으로 병원들이 투자비 회수를 위해 오히려 검사 횟수를 늘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의료계는 필수의료의 원가를 제대로 보전하려면 최소 10조 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제시한 2조 원 절감과 추가 투입 1조 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더 큰 걱정은 건강보험 재정 자체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건보 누적 준비금이 2029년이면 30조 원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법정 의무 지원율인 20%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수가 구조의 방향은 공감대가 있지만, 재원 확보의 현실성과 구체적인 집행 방식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환자 부담과 의료 생태계의 균형을 찾을까
환자들이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심층 진찰료가 올라가면서 본인부담금은 일부 증가하지만, CT와 MRI 등 검사비는 낮아지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검사비 감소분이 진찰료 상승분을 상쇄해 전체 의료비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의 성패는 상대가치 조정 주기를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하고, 실제 비용 분석을 반영하는 등 후속 관리 체계가 잘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수가를 조정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무너진 필수의료 생태계가 회복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검사 중심에서 필수의료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정책의 큰 그림 자체는 의료 현장과 국민 모두가 오래도록 요구해 온 방향이었습니다. 앞으로 공청회 이후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이 어떻게 다듬어지는지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