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우강 물이 말라가며 원전이 멈췄습니다
헝가리에서 전력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팍스 원자력발전소가 44년 만에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습니다.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냉각수 확보가 불가능해진 탓인데요. 머저르 페테르 총리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맞물려 전력망에 엄청난 과부하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세르비아는 전력의 18%를 생산하는 수력발전소가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고, 독일의 라인강 역시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져 물동량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유럽의 동맥이라 불리는 강들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물류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가뭄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닙니다. 다뉴브강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했던 나치 전함이 모래톱 위로 드러날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고, 루마니아는 해군을 동원해 폭발물로 물줄기를 원자력발전소 쪽으로 돌리는 긴급 조치까지 취했습니다. 인접국들이 군사력까지 동원하며 벌이는 저마다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는 산불과 열돔에 휩싸였습니다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시 인근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해 건물 약 600채가 소실되고 수만 명의 주민이 대피했습니다. 워싱턴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미 국립기상청은 이례적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는데요. 데이브 업더그로브 국장은 25만 에이커 이상이 소실된 이번 시즌이 평년과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재난의 원인은 고기압 능선이 열기를 가두는 열돔 현상입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46.1도,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캘리포니아주 엘센트로는 47.2도까지 기온이 치솟았습니다. 극한의 폭염이 산불을 부추기고, 산불이 다시 대기를 뜨겁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서부의 산불은 매년 반복되는 계절적 재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겹치면서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피해도 예년보다 훨씬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전 지구적 생존의 문제입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산불은 진정되는 듯했으나, 그리스 아테네 외곽으로 대형 산불이 번지며 피해가 확대되었습니다. 유럽의 강과 미국의 숲이 동시에 위협받는 현상은 기후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을 보여줍니다. 한쪽에서 발생한 이상 기후가 다른 쪽으로 영향을 미치며 전 지구적 재난으로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각국 정부는 단기적인 비상 대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을 멈추고 강을 막으며 군대를 동원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가 인프라와 에너지, 물류 시스템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