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건보 확대, 왜 지금 논란이 됐나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두고 사회적 공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지시사항인 만큼 정부는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중증 원형 탈모증 치료제인 바리시티닙 성분 경구제의 급여 기준을 확대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 환자라면 탈모 범위 평가 점수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고 최대 2년간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문제는 유전이나 호르몬 원인으로 발생하는 안드로겐성 탈모, 이른바 M자 탈모까지 급여 범위를 넓히려는 방향입니다. 정부는 20세에서 34세 청년층을 우선 대상으로 검토 중인데,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사회활동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다음 달 4일 행정안전부 주관 '모두의 토론회'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정 적자 속 우선순위 다툼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건보 재정이 5조 원 넘는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여기에 탈모 급여화까지 현실화되면 연간 최소 1,000억 원에서 최대 7,000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실제로 2029년이면 누적 준비금이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 재정 부담은 가볍지 않습니다.
의료계와 중증질환 환자단체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이 선심성 복지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역시 췌장암이나 폐암 같은 중증 질환의 신약 급여화가 재정 부족으로 미뤄지는 마당에 탈모 치료를 우선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미용 목적이 섞인 탈모 사이에서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당사자들의 복잡한 시선
정치권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탈모를 직접 겪어본 당사자로서 심리적 고충에 공감한다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재정 누수를 막는 강한 기준을 먼저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피나스테리드 계열 제네릭 의약품이 이미 많이 보급되어 약값 부담이 크지 않다며, 건강보험은 생명을 지키는 약속이어야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사실 탈모를 단순한 미용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건보공단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인데요. 다만 재정이 건재하지 않은 시기에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속도를 낼 경우,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국민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모을 예정이지만, 찬반 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어느 쪽으로도 쉽게 기울이기 어려운 결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