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본부에서 나온 80개국의 한목소리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을 포함한 80개국이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바레인 외교장관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가 직접 낭독한 이 성명의 핵심은 단 하나,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적이고 완전하게 개방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전체 참여국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걸프·아랍 국가, 주요 서방국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정 진영이 아닌 폭넓은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릅니다.
두 개의 해협, 두 갈래 위기
성명은 이란의 행동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취한 조치가 국제 안보와 항행의 권리,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는 겁니다. 통행료를 매기거나 조건을 붙이는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규정도 분명히 했습니다. 선박과 선원을 압박 수단으로 삼는 것 역시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죠.
같은 날 80개국은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도 함께 규탄했습니다.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속적으로 타격하고 홍해에서 무모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나아가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진격하면 전 세계 무역 질서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근거로 제시된 건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입니다. 협약에 따르면 선박은 통행료나 법적 비용 부과 없이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통행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결국 이번 성명은 항행의 자유라는 원칙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었습니다.
원칙은 세웠지만
성명이 요구한 것은 명확합니다. 항행의 권리와 원칙을 지체 없이 완전히 회복하고, 세계 무역에 대한 추가 교란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란과 후티를 향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다만 공동성명은 어디까지나 선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길목이고, 홍해 역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항로입니다. 두 해협이 흔들리면 유가와 물류비가 곧바로 반응할 수밖에 없죠.
80개국이 한목소리를 낸 것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개방으로 이어질지, 또 한 번의 선언으로 끝날지는 앞으로의 협상과 압박 수위에 달려 있습니다. 원칙을 확인한 국제사회에 남은 것은 이행이라는 더 어려운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