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에너지 전환의 파트너가 된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핀란드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차세대 에너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빌레 타비오 핀란드 외교통상개발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과 주요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이 서울 현대건설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핀란드 측이 차세대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이번 회동은 단순한 상호 방문을 넘어, 북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스테디 에너지, 오일론, 엘스토르 등 핀란드 현지 혁신 기업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참하며 구체적인 기술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핀란드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산업과 난방 분야의 탈탄소를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핀란드의 정책적 방향은 한국의 대표적인 EPC(설계·조달·시공) 기업인 현대건설과의 협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이 됩니다.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해부터 핀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포툼(Fortum) 및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핀란드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협력의 핵심, 열생산 특화 SMR과 에너지 저장 기술
양측 협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소형모듈원전(SMR)입니다. 특히 핀란드 스테디 에너지가 개발 중인 ‘LDR-50’은 기존 원전과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원전은 전기를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열을 생산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운전되어 안전성이 높고, 경제성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이는 지역 난방망이나 산업 공정에 필요한 증기를 공급하는 데 최적화된 설계로, 도심이나 산업단지 근처에 설치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협력 축은 열에너지 관리 솔루션입니다. 핀란드 기업들은 잉여 재생에너지(예: 햇빛이 풍부한 낮 시간대의 태양광 전력)를 열로 변환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해 왔습니다. 히트펌프와 열-전 변환 저장 기술은 간헐성이 있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핀란드의 선진 기술과 자신들의 대규플랜트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통합 에너지 인프라를 세계 시장에 제안할 계획입니다.
중동 리스크 속에서 부각된 에너지 안보 협력
이번 협력 논의는 글로벌 지정학적 상황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안보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안정적이고 자국 내에서 생산 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핀란드와의 협력을 통해 현대건설은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한국 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에너지 수출국인 핀란드의 기술과 시장 접근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핀란드의 친환경 기술과 자사의 플랜트 EPC 역량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번 협력이 단순한 프로젝트 수행을 넘어,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에 관한 글로벌 표준 형성에 참여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북유럽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 나아가 중동 등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현대건설과 핀란드의 손잡이는 국가 간 에너지 전략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면서, 기후 위기 시대에 필수적인 탄소중립 솔루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