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적극적 개입 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선정 과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개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CNN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의 협상은 ‘무조건 항복’ 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차기 지도자가 종교적 배경을 가진 인물이든 아니든 상관없지만, 반드시 미국과 이스라엘을 잘 대우하고 중동 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특히 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자, 그를 ‘경량급’이라 폄하며 강력히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실질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과거 베네수엘라에서 친미 성향의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세운 사례를 언급하며, 이란에서도 유사한 ‘베네수엘라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이는 기존 체제를 완전히 붕괴시키기보다는 체제 내 온건파를 실권자로 앉혀 대미 협력을 이끌어내는 ‘연착륙형 권력 재편’을 구상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망명을 촉구하며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의 강경 반발과 주권 수호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에 대해 이란은 즉각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이란 외교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최고지도자 선출은 오직 이란 국민의 권리이며, 외부의 어떤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천명했습니다. 이는 이란이 40년 이상 유지해온 반미·반이스라엘을 체제의 정체성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기보다는 주권 수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반영합니다. 하메네이 후계 구도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한 것은 단순한 세습 논리를 넘어, 현 체제의 강경 노선과 혁명 수호 의지를 계승할 인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모델’ 적용이 이란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란은 베네수엘라와 달리 강력한 군사 조직과 지역 내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 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국제사회와의 오랜 갈등 역사가 있습니다. 체제의 정당성 자체가 반미 투쟁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란에게 미국의 요구는 체제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이란 내부의 결집과 강경 대응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의 동요
이러한 정치·외교적 긴장은 금융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맞물려 카타르 에너지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자, 국제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8달러 선까지 올랐고,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졌습니다. 달러인덱스(DXY)는 상승하며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국의 부정적인 경제 지표를 일시적으로 덮어버렸다는 것입니다. 2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불안 요인이 달러 가치 상승을 주도한 겁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기를 더욱 늦추거나, 심지어 금리 인하 가능성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급등이 단기적 현상에 불과하며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낙관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 사태는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