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아빠'가 남긴 숙제
중증 자폐 아들을 20년 넘게 홀로 돌본 '피터팬 아빠' 전경철 씨가 지난 5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의 마지막까지 아들을 맡길 복지시설을 찾아 헤맨 고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발달장애인 돌봄 문제가 다시 한번 국민적 공감을 얻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며, 부모가 곁에 없어도 자녀가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등 7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부모의 사후에도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보통의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깊은 '돌봄 절벽'
현재 국내 발달장애인은 약 28만 8천명으로, 이 중 성인이 69.5%에 달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비율은 26.4%에 불과한데요. 보호자의 46.2%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29.6%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정도로 가족의 돌봄 부담은 이미 한계에 이른 상황입니다.
특히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폭력성이나 도전적 행동 때문에 일반 복지시설에서 입소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복지사가 1대1로 돌보는 서비스가 있지만, 전체 대상자의 5분의 1 수준인 약 2,300명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가 먼저 떠난 뒤 아이가 누구에게 맡겨질지 모른다는 불안은 수많은 장애인 가정의 공통된 고통입니다.
국가가 나선다는 약속
정부는 내년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 대상 24시간 통합돌봄을 주말까지 확대하고, 대상자도 2026년 2,340명에서 2027년 2,76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성인 주간활동 서비스는 2026년 1만5천명에서 2027년 2만명, 2030년에는 3만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합니다. 장애아동 양육지원 시간도 연 1,200시간에서 1,320시간으로 늘리고, 전문 어린이집도 80곳을 추가로 확충할 예정입니다. 또한 공공후견·재산관리 지원을 강화해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도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당연히 이런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문 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장에서는 돌봄 인력의 처우가 난도에 비해 열악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시설과 예산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으며,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국가책임제는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