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환자 거부 월 1만건, 중증 환자는 전국 헤매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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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5일 오전 2:46

발행: 2025년 12월 15일 오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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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대란 이후에도 응급실 기능 마비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월평균 1만 건이 넘는 환자 수용 거부가 발생하며, 그 주된 원인은 의료진 부족입니다. 맹장 파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 5곳에 불과하고, 소아 응급 치료도 어려워 환자들이 전국을 헤매는 '원정 진료'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 전문의 절대적 부족과 의료진의 기피 현상, 지역 간 의료 격차가 맞물리면서 응급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각해진 응급실 기능 마비

의료 대란 이후 전공의들이 복귀했지만, 응급실 현장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응급실에서 발생한 ‘진료 제한’ 메시지는 총 8만 건이 넘었는데요,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만 건을 훌쩍 넘깁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정부가 ‘의료 대란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문 앞에서 치료를 거부당하는 환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셈이죠.

진료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으로 ‘의료진 부족’입니다. 올해 9월과 10월의 통계만 봐도, 거부 사유의 39% 이상이 인력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병상이나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먼 곳의 응급실을 찾아 나서야 하는 ‘원정 진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세종이나 전남 같은 지역에서는 중증 응급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자기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지역 간 불균형도 심각합니다.

맹장 터져도 수술받을 병원이 없다

통계 이상으로 더욱 생생하게 드러나는 건 구체적인 질환들입니다. 한밤중에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생긴 환자를 수술해줄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고작 5곳뿐입니다. 서울처럼 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대도시에서도 30일 중 12일은 해당 수술을 할 병원을 찾을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죠. 맹장염은 흔한 응급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충격적인 현실입니다.

소아 환자의 경우 상황이 더욱 척박합니다. 아이가 동전이나 구슬을 삼켰을 때, 이를 빼내주기 위한 소아용 내시경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소아 장중첩증이나 산부인과의 자궁외임신, 분만 후 출혈 같은 명백히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환자와 가족은 전국을 헤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응급 질환 리스트에 포함된 질병이 지난해 58개에서 올해 109개로 급증한 것은, 치료가 어려워지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의료진 기피와 시스템적 한계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소아외과를 비롯한 특정 분야의 전문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전국에 소아외과 전문의는 4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죠. 여기에 의료 분쟁에 대한 두려움과 피로감이 더해지면서, 남아 있는 의료진들도 응급 환자 수용을 꺼리는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인원 수의 문제를 넘어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보여줍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관리하는 당직 병원 제도가 있지만,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병원이라도 실제로 당직 의사가 상주하지 않거나 수술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리스트는 형식적으로 존재할 뿐, 현실의 구멍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력 부족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거부 사유가 ‘병실 부족’인 점도, 병원의 수용 능력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지역 간 격차와 불확실한 해법

문제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퍼져 있지도 않습니다. ‘원정 진료’ 비율이 높은 세종, 전남, 충남 등의 지역 주민들은 중증 질환이 발생하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치료받기를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제주도의 경우 지역 내 응급실 이용률이 94%를 넘는데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아 오히려 지역 내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추가 보상과 인센티브 방안, 응급의료 전담 센터 확충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장 내일 당장 맹장이 터질 수도 있는 환자들에게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응급 의료 시스템은 중증 환자를 위한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누구나 당장 당할 수 있는 공중보건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