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마감한 별의 마지막 여정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대표했던 원로 배우 김지미 씨가 향년 85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해 ‘별아 내 가슴에’, ‘토지’, ‘길소뜸’ 등 7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의 소식은 영화계에 깊은 애도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번 소식과 함께 주목받은 것은 그의 직접적인 사인이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최근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체력이 약해진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고령의 연예인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이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한번 높아지고 있는데요.
영화계는 그를 ‘100년에 한 번 나올 배우’이자 ‘영화계 여걸’로 기리며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인협회는 영화인장을 준비 중이며, 그의 장례는 미국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60여 년에 걸친 그의 인생은 화려한 스크린과 더불어 네 번의 결혼과 이혼, 제작사 ‘지미필름’ 설립 등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파란만장한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재조명되는 고령층 건강 위협, 대상포진
김지미 씨의 건강 악화 요인으로 거론된 ‘대상포진’은 고령층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입니다. 이는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데요. 피부에 통증과 함께 발진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문제는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만성 통증, 즉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합병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통증은 치료가 어렵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예방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의학계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백신은 65세 이상 노인의 대상포진 발생률을 절반 가까이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 완화와 합병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김지미 씨의 안타까운 소식은 건강 관리에 취약할 수 있는 고령층에게 적절한 예방 접종과 빠른 대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팜므파탈에서 여장부까지, 화려한 삶의 이면
그의 인생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습니다. 17세에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그는 ‘별아 내 가슴에’로 스타덤에 오르며 1960-70년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톱스타가 됐습니다. ‘불나비’에서는 한국 영화 최초의 팜므파탈 역할을 소화했고, ‘토지’와 ‘육체의 약속’으로 파나마국제영화제와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스크린 밖에서도 열정적이고 당당했습니다. 첫 결혼 상대였던 홍성기 감독과의 이혼 후 최무룡, 나훈아 등과의 스캔들, 그리고 이종구 박사와의 결혼까지, 네 번에 걸친 결혼 생활은 보수적인 당시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별명을 싫어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그가 타인의 평가보다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했던 독립적인 정신을 보여줍니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제작자, 영화인협회 이사장으로서 한국 영화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도 앞장섰습니다.
남긴 유산과 되새겨야 할 교훈
김지미 씨의 별세는 한국 영화 황금기의 마지막 별이 진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윤일봉 배우에 이은 소식에 영화계는 시대의 종말을 느끼는 듯합니다. 배창호 감독은 “영화배우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듯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남긴 700편이 넘는 필모그래피와 제작자로서의 발자취는 후배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동시에 이번 일은 예술과 건강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집니다. 한편으로는 한 시대를 빛낸 예술가의 업적을 기리는 일이라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떠나보내게 한 건강 상의 위험 요인에 대한 경각심입니다. 고령의 가족을 모시는 많은 이들에게 이번 사건은 평소 간과하기 쉬운 예방 접종과 건강 검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김지미 씨의 삶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처럼, 그의 마지막 건강 악화 요인에 대한 경고 역시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할 교훈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