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의 그림자, 증시 안정 되찾을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의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출시된 이 상품은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는데요.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약 5조 원, SK하이닉스에 약 9조 원을 투입하면서 상위 5개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이 전체 시장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대신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10개 주요 증권사 CEO들을 긴급 소집했습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위한 업계 차원의 자율 규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는데요. 증권업계는 기본 예탁금을 현행 1,000만 원에서 상향 조정하고, 투자자 대상 맞춤형 위험 경고와 교육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추가 논의를 거쳐 빠르게 시행될 전망입니다.
변동성을 키운 일일 리밸런싱
문제는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특성에 있습니다. 해당 상품은 기초자산 주가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기 위해 매일 일정 비율로 포지션을 조정하는 일일 리밸런싱을 거치는데요.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식 거래 규모가 하루 최소 7,000억 원에서 최대 2조 1,000억 원에 달합니다. 특히 이 거래가 장 마감 직전에 집중되면서 기초자산 시장의 등락폭을 오히려 확대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상장 전 평균 59.67에서 상장 후 84.04까지 치솟았고, 장중에는 96.9를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웃돌았습니다. 반대매매 금액도 82.4% 급증했는데요. 골드만삭스는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매도가 코스피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을 유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이 기초자산 대비 20에서 30%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4에서 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상대적 과열 정도가 뚜렷했습니다.
자율 규제와 남은 과제
증권업계는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운용사의 리밸런싱 거래 시기를 분산하고, 유동성공급자의 시장 안정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이 상품 구조와 음의 복리 효과 등 손실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괴리율 관리 부실과 과장 광고 문제를 지적하며 운용사들의 철저한 관리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번 조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증폭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시장 불안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글로벌 수급 환경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 자율 규제와 더불어 제도적 보완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국내 증시의 변동성 완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6일 열리는 정부 부처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향이 추가로 논의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