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갈린 표심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뉴욕의 주유소가 사실상의 격전지로 떠올랐습니다. 휘발유는 갤런당 4.3달러, 경유는 6.7달러에 육박했습니다. 화물 트럭 운전사 마이크는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라며 불만을 털어놨고, 시민 시드니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 조금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평균 휘발유값이 역대 정부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권자 10명 중 7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처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나왔습니다.
반대로 백악관의 논리는 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전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떨어졌다며 성과를 부각했습니다. 이란전 여파로 치솟은 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다만 그 효과가 주유소 가격표에 언제, 얼마나 반영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링컨기념관 앞 '사탄의 집'
막판 유세의 무대는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통합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들을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에 비유했고, 한 모스크 발언을 인용해 민주당을 '사탄의 집'과 연결 지었습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근거 없는 색깔론으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식이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 유권자의 공포심을 자극해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인데요. 동시에 이런 강경 발언은 판세가 그만큼 불리하다는 방증으로도 읽힙니다.
물가 지표와 대통령 지지율이 함께 흔들리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여당이 밀릴 수 있다는 관측, 이른바 '블루 쓰나미'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남은 카드는 사면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패배할 경우를 대비한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기자들이 사면권을 묻자 바이든 대통령도 사면했다며,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사면할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선거 결과를 두고 불복 가능성까지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는 앞서 민주당의 입법 공세에 거부권으로 맞서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유세 마지막 날까지 분열의 언어를 택한 셈인데, 선거 이후 정국 운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결국 이번 선거는 기름값이라는 생활 지표와 정치적 수사가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로 남을 전망입니다. 유권자들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가 향후 2년 의회의 방향을 가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