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부부의 선택, 그리고 숨겨진 전화기
고등학생 아들이 담임교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려 한 사실을 알게 된 부모의 선택은 참혹했습니다.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는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져 부숐고, 어머니는 그 조각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습니다. 결국 핵심 증거는 완전히 사라졌고, 수사기관은 증거 없이 아들을 검찰에 넘겨야 했습니다.
이 사건은 전북 전주에서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전주덕진경찰서 소속 경감과 그 아내는 지난 5월, 아들의 불법 촬영 미수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휴대전화를 파손하고 폐기했는데요. 당시 전주완산경찰서는 피해 교사의 진술과 아들의 자백만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부모의 개입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미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뒤늦게 드러난 증거 인멸, 유착은 없었다
문제는 경찰청이 경찰관 가족 연루 사건을 전수조사하며 이들의 행위가 뒤늦게 밝혀졌다는 점입니다. 전북경찰청은 해당 경감의 휴대전화와 사내 메신저, 수사팀과의 통화 기록까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수사팀과의 유착이나 공모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부부가 증거를 없앤 사실 자체는 명백했습니다.
형법 제155조는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른바 '친족 특례'를 적용해 부부를 불송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형사처벌을 피한 셈이지만, 초기 수사팀이 이 사실을 알았는지, 혹은 눈감아준 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남습니다.
형사 면죄부 뒤에 남은 징계 카드
형사처벌은 피했어도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은 남아 있습니다. 전북경찰청은 해당 경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는데요. 수사의 핵심 증거를 스스로 없앤 행위가 공무원 신분에 걸맞은지 따져보겠다는 것입니다. 현직 경찰관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은 매우 크다는 게 경찰 내부의 판단입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법의 보호를 받는 가족의 행위가 얼마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들을 지키려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증거를 파괴하는 방식으로는 다른 피해자의 권리와 사회적 신뢰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징계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그리고 이 사건이 경찰 조직의 내부 통제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