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4일, 돌파하지 못한 장기전의 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594일째를 맞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1,568일 지속된 것과 비교하면, 이미 그 기록을 넘어선 것입니다. 하버드대 벨퍼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 사상자만 100만 명에 달하고, 우크라이나 인구의 22%인 960만 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한 채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양측 모두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안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원 중단'을 무기로 종전을 압박해 왔습니다. 2025년 4월 제시한 중재안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와 크림반도 귀속 인정 등 푸틴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빠른 마무리를 내려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끝내느냐에 따라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쟁 비용에 흔들리는 러시아 내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의 정제 능력이 최대 3분의 1까지 마비됐고, 55곳 이상의 연방 주체에서 연료 판매 제한이 이뤄졌습니다. 2026년 1분기 러시아 GDP는 3년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했고, 석유·가스 재정 수입은 45% 가까이 급감하는 등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명 피해도 부담입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군 사망자를 최대 45만 명, 총 사상자를 140만 명으로 추산했는데요, 매달 약 3만 명이 쓰러지는 속도에 신규 모집이 2만 7천 명에 그쳐 병력 고갈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권력 내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의 게르만 그레프 회장은 국영 TV에서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엘리트가 공개적으로 종전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전쟁 비용이 권력 핵심부까지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진격은 멈춰도, 전쟁의 규칙은 달라졌다
전선에서는 여전히 러시아가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포크로우스크를 장악하고 코스탼티니우카를 압박하지만, 진격 속도는 2025년 월평균 405㎢에서 2026년 1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정찰과 자폭 드론이 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대규모 병력 집결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전쟁의 본질은 영토 확보 경쟁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는 소모전의 성격으로 옮겨갔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반 킬체인은 나토(NATO)의 군사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팔란티어, 델타, 브레이브원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탐지에서 타격까지 걸리는 시간을 수 초로 줄였습니다. 에스토니아 훈련에서 NATO군 교관 역할을 할 정도로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고 있고, 사거리 3,000km의 '플라밍고' 순항 미사일을 포함한 자체 무기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압박하며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은 국제질서의 균열을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면서도 독자적 핵 억제력과 첨단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반도체 산업을 '실리콘 방패'로 키우는 작업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