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흑자, 그런데 왜 환율은
2026년 상반기 한국이 1383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연간으로는 사상 최고였던 2017년 기록의 3배에 이를 전망입니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은 7월 2일 1,555.80원을 찍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수출이 늘어날 때 통화 가치가 오르는 것이 상식인데, 정반대로 가는 이 역설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원화 약세의 결정적 원인은 재화 거래가 아닌 금융 계정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반기에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175조 원, 달러로 환산하면 약 1125억 달러를 순매도했습니다. 이는 상반기 무역흑자의 약 81%를 한 번에 상쇄하는 규모입니다. 7월 2일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 3천억 원을 팔아치우며 10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갔고, 이 자금 흐름이 달러 수요를 폭증시켰습니다.
미국 고용 쇼크와 엔화 변수
7월 3일 새벽, 미국 노동부의 6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고용 증가 폭이 5만 7천 명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 11만 명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4월과 5월 수치도 합산 7만 4천 명 하향 조정되며 노동시장 둔화가 뚜렷해졌고, CME 페드워치는 12월까지 금리 인상 확률을 77.6%로 낮췄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100.559까지 떨어졌고, 이 여파로 달러-원 환율은 전장 종가보다 14.90원 급락한 1,540.00원에 마감하며 1,540원대로 진입했습니다.
일본 당국이 40여 년 만의 162엔대로 치솟은 엔화 방어에 나선 것도 변수입니다. 달러-엔 환율이 161엔대까지 내려오며 원화도 동조화 흐름을 탔고, 엔·달러 환율이 흔들릴 때마다 원화 역시 영향을 받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1560원이 첫 관문,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
당국은 나름 적극 대응에 나섰습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환율이 펀더멘털에서 괴리될 경우 즉시 시장안정조치에 나선다고 못 박았고,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과 스무딩 오퍼레이션 추정 물량도 동원됐습니다. 6월 말 외환보유액은 4,273억 달러로 충분한 여력을 보여줍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1,560원 선을 1차 저지선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외국인 리밸런싱 자금이 아직 100조에서 140조 원가량 남아있고, 내국인의 미국 시장 투자 확대, 한미 금리 차, 대미 투자 압박 등 구조적 요인들이 잔존합니다. 공항 환전소의 달러 환율이 한때 1,619.89원까지 치솟은 만큼, 단기 고점 경신 시도는 여전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