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모든 눈이 엔비디아로
뉴욕증시가 숨죽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1.07%, S&P500은 0.83%, 나스닥는 1.21% 각각 하락하며 2~4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했는데요. AI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단순한 기업 성과를 넘어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최근 AI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이번 실적 발표에 대한 무게감이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투자자들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12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평균 7.3% 급등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피터 틸의 팔란티어와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지분을 매도했고,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까지 "AI 주가가 닷컴 버블과 유사한 과열 현상을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었기 때문이죠.
닷컴 버플과 닮은 꼴?
1996년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경고했던 닷컴 버플과 현재 AI 주가 흐름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시 인터넷 기업들은 빠른 성장만을 추구하며 수익성은 뒷전에 두었고, 결국 2000년 버플이 붕괴하며 나스닥 지수가 최고점 대비 78%나 폭락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인데요.
현재 AI 업계에서도 고평가 논란과 과도한 투자, 빅테크 기업들 간의 순환거래 의혹이 제기되며 닷컴 버플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 매니저의 45%가 AI 거품론을 주식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꼽을 정도로 우려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를 AI 버플보다는 초창기 산업의 고평가 영역으로 진입한 것으로 본다"며 "닷컴 버플과 달리 AI는 실제 수요에 기반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챗GPT 이후 AI 기술이 빠르게 일상으로 파고들며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엔비디아 실적, 무엇을 봐야 하나
시장이 주목하는 엔비디아 실적의 핵심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데이터센터 매출인데요,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이 부문이 AI 수요를 직접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월가는 3분기 매출을 545억552억 달러, 주당순이익을 1.251.28달러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4분기 가이던스입니다. 젠슨 황 CEO가 올해와 내년까지 5,000억 달러의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힌 가운데,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과 '루빈' 시리즈에 대한 전망이 실적 발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셋째는 중국 시장 관련 대응입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재진입 노력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베일리기포드는 "엔비디아가 결국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실적 이후 예상되는 시장 영향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결과는 단순히 한 기업의 주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S&P 500 지수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8%에 달할 정도로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인데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경우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반등이 예상되지만, 부진할 경우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증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나증권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사우디의 AI 투자 확대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관련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DDR5 메모리칩 가격을 60%나 인상하며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드러내기도 했죠.
투자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조언합니다.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는 엔비디아를 "반도체 업계의 에르메스"로 평가하며 10년 가까이 보유해 온 만큼, AI 산업의 근본적인 성장 동력이 무너지지 않는 한 장기 투자 가치는 유효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결과가 AI 버플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지, 아니면 새로운 국면을 열지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