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참배로 마무리한 일주일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지난 6월 29일 광주제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응원 구호를 외치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구호를 주도한 학생 2명은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돼 추가 징계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논란 발생 일주일 만인 7월 6일, 배재고 선수·지도자·학부모 등 80여 명은 광주제일고를 찾아 30여 분간 사과와 화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교육감이 함께 동행했고, 일행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학교 측이 직접 찾아가 사과한 것은 사태 진정과 화합을 위해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됩니다.
정치권으로 번진 진영 대결
사건은 곧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됐습니다. 촉발점은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의 SNS 게시글이었습니다. 그는 배재고 징계를 비판하며 '5·18이 성역이 됐다'고 적었고, 이를 김일성 사진에 눈물 흘리는 북한에 비유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청와대는 '혐오와 조롱을 거부하는 정부 기조와 다르다'며 엄중 경고했고,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여야의 반응도 첨예하게 갈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구호를 민주 역사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구호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까지 처벌하는 움직임을 현대판 연좌제라며 반발했습니다. 가수 JK김동욱은 선수들을 옹호하며 정치적 이용을 멈춰라고 촉구했고, 작가 허지웅 씨는 이 부위원장을 혐오의 추천사라고 비판하며 더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뿌리 깊은 혐오 문화, 근본 처방은 언제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닙니다. 학부모 카페에서는 감독, 코치, 부모가 승리를 위해 조롱 문화를 묵인해 왔다는 자성이 쏟아졌습니다. 충남의 한 학교가 서울 연고팀으로부터 지역 비하성 응원을 들었다는 증언도 나오며, 이 문제가 고교야구만이 아닌 유소년 체육 전반의 구조적 현상임이 드러났습니다.
현행 스포츠 인권 교육이 폭행·성범죄 예방에 치중돼 혐오나 조롱 문제를 다루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의 하야타고교처럼 기본 인사법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철저히 가르치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치권 진영 논쟁 속에서 잊혀지지 말아야 할 것은,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르쳐 왔는지에 대한 물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