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성장동력으로
2026년 10월 21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2026 ESG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이 개막했습니다. 같은 날 여의도에서는 기후경영 포럼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는 제18회 KBCSD 리더스포럼이 열렸는데요. 하루에 세 행사가 겹친 것만 봐도 산업계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후 대응은 이제 규제가 아니라 성장의 언어로 번역되는 중입니다.
정부의 '녹색대전환(K-GX) 전략'도 같은 방향입니다.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 전환(GX)을 두 개의 엔진으로 묶어, AI가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고 그린 에너지가 AI 시대의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를 그립니다. 2035년까지 정부 재정 200조원과 정책금융 790조원 등 총 1,000조원, 기업 2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함께 제시됐습니다.
현장에서 드러난 온도차
문제는 속도입니다. 같은 날 공개된 실태조사는 냉정합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고배출 업종 약 1,000개 기업 가운데 기후기술을 상용화 단계 이상으로 쓰는 곳은 6%에 그쳤습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절반 이상이 도입한 반면 중소기업은 5% 미만이었죠.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규제와 거래처의 요구였습니다. 거래처의 감축 요구가 있을 때 도입 수준이 1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발목을 잡는 건 비용입니다. 응답 기업의 58.5%가 저탄소 제품에 프리미엄 시장이 없다고 답했고, 46.8%는 초기 투자비 결정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녹색 전환이 비용으로 남아 있는 한 투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프라와 제도가 관건
산업계가 요구하는 건 결국 예측 가능성입니다. 포럼에서는 전력 인프라 병목과 산업용 전기요금, 정책 일관성이 거듭 언급됐습니다. 전환금융과 정책금융 보증, 후순위 참여 같은 위험 분담 장치가 민간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사례도 구체적입니다. AI로 생산 일정을 10~12일에서 4일로 줄인 조선업 사례, 아연·연 부산물에서 금·은·희소금속을 회수하는 통합제련, 폐배터리 재활용 공급망이 제시됐습니다. 코엑스 전시장에서는 청년 창업가들의 스마트 쓰레기통과 AI 산림 재난 모니터링 기기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대기업의 계획과 현장의 실행을 잇는 다리는 결국 제도와 자금입니다.
전망은 엇갈립니다. 정부와 선도 기업은 10대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앞세워 글로벌 녹색기술 시장의 주도권을 노립니다. 반면 중소기업 현장에는 측정 체계와 전담 조직조차 없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선도 기업의 47%가 전담 조직을 둔 것과 대비되죠. 녹색 프리미엄이 실제 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향후 몇 년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