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무대, 다른 셈법
지난달 말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미일과 쿼드 외교장관회담이 잇따라 열렸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회담 후 북극·태평양 파트너십 협력각서에 서명하고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세 나라의 공조가 한층 단단해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회담 직후 공개된 각국 발표문에는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났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반면,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수위를 조절했습니다. 한국이 강조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미국 발표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원칙 중심의 압박과 대화 여지 확보 사이의 간극이 그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대중 견제, 어디까지 나설까
대중국 현안에서도 결이 갈렸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서해 강압적 행태를 처음으로 직접 비판하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까지 문제 삼았습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라는 표현으로 에둘렀습니다.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를 감안한 한국과 일본의 셈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조현 장관은 DMZ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쿼드는 공급망과 AI로
같은 장소에서 열린 쿼드 회담은 경제안보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은 자의적 수출 제한과 과잉생산이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한다고 우려했습니다.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루비오 장관은 쿼드가 반중 연합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려할 만한 행위가 한 국가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4개국은 전자폐기물과 고철에서 핵심 광물을 회수하는 이른바 도시광산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인도와 아세안 회원국의 회수 시설 구축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합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신뢰할 수 있는 슈퍼지능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에도 85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합니다. 북한 해킹 등 악의적 사이버 활동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띕니다. 오는 11월 필리핀에서 쿼드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이번 회담에서 조율된 의제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