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불편했던 베레모 시대
육군이 2011년 도입한 베레모가 드디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입니다. 14년간 이어진 '멋짐'과 '불편함'의 논쟁이 마침내 실용성 쪽으로 기울었는데요, 육군은 장병들의 압도적인 선호도와 현장 민원을 반영해 베레모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챙 달린 전투모를 기본 군모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베레모와 전투모 혼용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군인복제령 개정이 이뤄지면, 2027년까지 전투모 중심의 새로운 군모 체계로 완전히 전환될 예정입니다.
93%가 선택한 전투모
육군이 올해 1월 8개 부대 17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장병 10명 중 9명 이상(93%)이 베레모보다 전투모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더욱이 65%의 장병들은 군모 단일화 자체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죠. 이렇게 높은 선호도는 단순한 취향 문제를 넘어 실제 복무 환경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베레모는 도입初期부터 '폼'은 나지만 실용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특히 여름철 폭염 속에서는 챙이 없어 햇빛을 가려주지 못하고, 통풍도 원활하지 않아 작업 능률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휴가 나온 장병들이 위병소를 지나자마자 베레모를 벗어버리는 모습이 빈번하게 관찰되기도 했죠.
예산 낭비와 품질 문제까지
베레모 폐지 결정에는 예산 효율성 문제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베레모와 전투모를 함께 사용하면서 예산 중복 투입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만 베레모 조달에 11억 원이 투입되었는데, 개당 가격이 베레모 6,830원, 전투모 6,300원으로 베레모가 더 비쌌습니다.
또한 베레모는 단 한 곳의 업체에서만 제작되어 조달 지연과 품질 개선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군으로서는 품질 관리와 원가 절감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요인이었죠. 군 관계자는 "단일 업체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야 더 나은 군모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미 시작된 변화의 물결
육군은 이미 지난 9월부터 1단계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휴가, 외출, 외박 시 베레모와 전투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혼용제를 시범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까지 3개월간의 시범 운영 결과를 분석한 뒤, 12월 중으로 착용 지침 개선을 논의하고 내년 초 국방부에 군인복제령 개정을 건의할 계획입니다.
2단계로 2027년 기본군복 개정 시기에는 전투모 보급량을 현재 1개에서 2개로 늘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됩니다. 이를 통해 장병들은 교체용 군모를 확보하게 되고, 위생 측면에서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군모 체계로의 전환
박선원 의원은 "장병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군모를 제공하는 것이 군의 기본적인 역할"이라며, "베레모 폐지를 계기로 육군의 상징성을 살린 새로운 군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육군 당국도 이번 결정이 단순한 군모 변경을 넘어 실질적인 군 복무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육군 베레모의 운명은 군의 변화하는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상징성과 위엄이 중시되었다면, 이제는 장병들의 편의와 실용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시대가 된 겁니다. 2027년이 되면 우리는 군 복무 중인 지인들의 모자에서 더 이상 베레모를 찾아보기 어려워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