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원의 기금과 55년 만의 제도 변화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활용해 100조 원 이상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금은 청년 지원과 AI 등 성장동력 확보, 지방 및 교육·인재 양성이라는 4개 축에 집중 투입될 예정인데요. 기획예산처는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수요에도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동시에 55년간 유지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도 폐지되었습니다. 기존에는 내국세의 20.79%가 초·중등 교육에 자동으로 배분되었지만, 앞으로는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이 적용됩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 비효율을 줄이고, 영유아 및 고등·평생교육 쪽으로 재원을 합리적으로 재배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교육계 "초중등 재정 근간이 흔들린다"
교육계는 이번 개편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국 시도교육감과 교원단체들은 내국세 연동제가 정치 상황에 관계없이 교육 재정을 지켜온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며, 이를 없애는 것은 교육 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육 수요가 함께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초중고 학생 수는 100만 명 이상 감소했지만, AI 및 다문화 교육 확대와 돌봄 수요 증가로 학교와 교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교육계는 개편으로 발생하는 약 20조 원의 차액이 미래대응기금의 영유아·고등교육 계정으로 편입되면서 초·중등 의무교육 재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급식실 운영이나 통학버스, 시설 유지비 등 현장의 고정 비용은 학생 수와 무관하게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재정 건전성 쟁점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방식 역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기금은 일반 예산보다 국회의 사전 승인 없이도 지출 구조를 상당 폭 변경할 수 있는 재량권이 넓은데요. 이 때문에 사실상 국회 동의 없이 집행되는 '상시 추경예산'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일각에서는 선심성 사업이나 부처 간 나눠먹기식 지출을 막기 위한 엄격한 운용 준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교부금 총액이 전년보다 줄어들지 않도록 법적 보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교부금이 2030년까지 연평균 5.2%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며 재정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교육계는 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 재정 여력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장 투자와 재정 안정성 사이에서 정부와 교육계의 시각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향후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