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소비를 옥죄다...10년간 연평균 0.4% 위축

h마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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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1월 30일 오후 5:18

발행: 2025년 11월 30일 오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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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 중심의 가계부채 증가가 지난 10년간 민간소비를 연평균 0.4%포인트씩 둔화시켰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8%포인트 급증해 세계 3위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오히려 민간소비 비중은 감소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다. 원리금 부담 증가와 낮은 부의 효과가 소비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한은은 이 문제를 '소비의 동맥경화'에 비유했다.

소비를 옥죄는 가계부채

한국은행이 내놓은 분석 결과가 경제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부동산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를 매년 0.4%포인트씩 위축시켜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향이 누적되면서 2024년 현재 민간소비 수준이 가계부채가 적정 수준으로 관리됐을 경우보다 5% 가량 낮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10년간 13.8%포인트나 증가했는데, 이는 중국과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증가 속도입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가계부채가 이렇게 급증했음에도 오히려 민간소비 비중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가계부채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국가들 가운데 소비 비중이 감소한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습니다.

세계 2위의 원리금 부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원리금 상환 부담에서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증가폭은 최근 10년간 1.6%포인트 상승하며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 가계의 소비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의 장기적인 성격이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20~30년의 장기 대출이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오랜 기간 지속됩니다. 금리 인상기에도 대출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원리금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작동하지 않는 부의 효과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부의 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주택가격이 1% 오를 때 민간소비는 0.02% 증가하는 데 그치는 반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0.03~0.23% 증가합니다. 이 차이는 한국 가계가 주택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을 현금화해 소비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그 배경에는 주택 유동화 상품의 부족과 한국 특유의 주거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택을 자산으로 여기기보다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경향이 강하고, 전세금 역시 새로운 전세자금 마련에 사용되다 보니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 부동산에 투자된 자금도 공실률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오히려 가계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동맥경화 같은 소비 위축

한국은행은 이 같은 가계부채 문제를 '동맥경화'에 비유합니다.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초래하기보다는 서서히 소비를 위축시키는 만성질환이라는 진단입니다. 지난 10년간의 분석을 보면 가계신용이 과도하게 누적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을 매년 0.40~0.44%포인트씩 깎아내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행히 최근 정책 당국 간의 공조와 적극적인 대응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소비에 대한 구조적 제약도 점차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의 장기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 제약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