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이 한미 간 긴장된 통상 현안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 행정부는 한국의 통상 합의 이행을 둘러싸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방미는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관세 위기를 막고 한미 동맹의 새로운 축인 원자력·핵잠수함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고위급 설득전의 성격이 강합니다.
관세 인상 위기와 ‘비관세 장벽’ 압박
미국 측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한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인 대미 투자를 위한 특별법 처리 지연, 그리고 ‘비관세 장벽’ 문제입니다. 조 장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투자법 처리 지연이 고의적인 것이 아님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측, 특히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비관세 장벽 해소 노력이 더딘 점을 지적하며 조속한 진전된 입장을 촉구했습니다. 백악관은 관세 인상의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시간표가 없다’고 밝히며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측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면서 협상 카드를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안보 협력까지 엮인 원자력·핵잠수함 카드
통상 문제가 안보 협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통상 협상 난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도입과 우라늄 농축 협상 같은 안보 합의까지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조현 장관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협력을 독려하기 위해 미국 의회를 직접 찾았습니다. 팀 케인, 제프 머클리, 톰 코튼 등 주요 상원의원들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합의사항인 원자력, 원잠, 조선 분야 협력에 대한 미국 의회의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특히 머클리 의원 등 일부에서는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핵 비확산 우려가 제기된 만큼, 조 장관은 한국이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모범국임을 강조하며 투명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국내 논란과 불확실한 향후 전망
이런 외교적 노력과 별개로 국내에서는 협상 전략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위성락 실장이 ‘협상 지연의 책임이 한국 측에 있다’는 듯한 발언을 한 점을 비판하며 대미 협상 컨트롤타워로서의 자격을 의문시했습니다. 반면 정부는 통상 문제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같은 개별 사안을 분리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라는 위기와 한국이 추진하는 원자력 협력이라는 기회가 교차하는 복잡한 국면입니다. 미국의 압박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한미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속도와 미국 내 정치적 여건이 향후 몇 주 안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