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은 올랐지만 체감은 다른 이유
올해 상반기 국내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이 431만8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금액으로는 13만1000원 늘어난 수치인데요. 지난해 상반기 인상률이 3.5%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폭은 오히려 둔화된 겁니다.
숫자를 뜯어보면 구조가 더 또렷합니다. 기본급과 통상수당 같은 정액급여 인상률은 2.9%에서 2.2%로 낮아졌는데, 성과급 등 특별급여 인상률은 8.1%에서 9.3%로 뛰었습니다. 월평균 특별급여 60만1000원은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입니다. 평균을 끌어올린 건 고정급이 아니라 성과급이었다는 뜻입니다.
반도체가 만든 착시
가장 큰 변수는 전자·통신업입니다. 이 업종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943만4000원으로 1년 만에 23.1% 올랐고, 특별급여는 66%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다른 업종의 특별급여 인상률이 1.8%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큽니다.
주목할 지점은 비중입니다. 전자·통신업 종사자는 전체 상용근로자의 2.5%, 약 37만7000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특별급여 인상분이 전체 임금 인상액의 32.4%를 차지했습니다. 근로자 40명 중 1명이 만든 상승분이 평균값의 3분의 1을 좌우한 셈입니다. 전자·통신업을 빼면 나머지 업종 평균은 418만7000원, 인상률은 2.2%로 떨어집니다.
갈라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규모별 격차도 뚜렷합니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총액은 4.8% 늘었지만 300인 미만은 2.1% 상승에 머물렀습니다. 대기업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182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고, 중소기업의 특별급여 인상률은 0.6%에 그쳤습니다.
업종별로도 17개 중 11개 업종의 인상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졌습니다. 제조업과 전문·과학·기술업이 선방한 반면 건설업과 부동산업은 뒷걸음쳤습니다. 경영자총협회 하상우 이사는 반도체 실적 개선이 전체 임금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지급 여력을 넘어선 인상 요구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을 절반은 현금, 절반은 자사주로 나눠 지급하기로 한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평균이라는 숫자가 실제 체감과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