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두 달 앞, 결론은 아직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여야가 맞서고 있습니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뒤 세 차례 미뤄졌는데, 이번에도 유예되면 네 번째 연기가 됩니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31일 "11월 2일 조세소위에 관련 법안을 상정하자"고 민주당을 압박했습니다. 시행이 두 달 남았는데 형평성과 투자자 보호 문제가 그대로라는 겁니다. 반대로 민주당은 1~2주 안에 결론을 내겠다며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6월 말 기준 국내 거래 가능 계정은 1117만 개를 넘고, 이 가운데 77%인 863만 개가 보유금액 100만 원 미만입니다. 청년과 소액 투자자가 대부분인 구조가 논의의 출발점입니다.
형평성 논란의 핵심
가장 자주 나오는 지적은 해외 거래소입니다. 국내 거래소는 내역을 국세청에 제출하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 간 거래는 소득 파악이 어렵습니다. 같은 1000만 원을 벌어도 국내 투자자만 세금을 떠안는 구조인 셈입니다.
손실 공제도 쟁점입니다. 올해 1000만 원을 잃고 내년에 500만 원을 벌면 누적으로는 손실인데도 번 돈에 세금이 붙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인정하는 손실 이월공제가 우리 제도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과세최저한을 600만~2000만 원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준비 부족도 문제입니다. 국정감사에서는 국세청 고시가 확정된 뒤에도 거래소 시스템 구축에 최소 6~9개월이 걸린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5대 거래소 중 구축과 검증을 모두 마친 곳은 아직 없습니다.
유예론의 근거, 2029년
유예론의 배경에는 국제 공조 일정이 있습니다. OECD의 가상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체계(CARF)에 한국은 2027년 참여하지만 미국은 2029년에야 정보를 교환합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 29개국도 2028년부터입니다. 미국 이용자의 소득을 잡아내지 못한 채 과세하면 국내 투자자만 부담을 진다는 논리입니다. 박민규 의원은 시행일을 2029년 1월 1일로 정한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다만 유예가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이경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취득원가 산정과 신종 거래 처리, 해외 자료 확보 같은 요건이 정비되지 않으면 납세자 혼란만 커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이태호 연세대 객원교수는 '조건부 유예'를 제안했습니다. 유예를 폐지가 아닌 제도 정비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시장 상황도 변수입니다. 상반기 거래소 일평균 거래규모는 전년 대비 44% 줄었고, 영업손익은 78% 감소했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과세를 서두르면 홍콩과 싱가포르로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남은 건 시간입니다. 민주당이 11월 초 결론을 내면 유예든 강행이든 연내 법안 처리가 불가피합니다.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이 강조한 "공정하고 정확한 과세 여건"이 최종 판단의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