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삼겹살집에서 맺어진 AI 동맹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일 서울 홍대입구의 한 삼겹살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격식 없는 만찬을 가졌습니다. 이른바 '삼소 회동'으로 불린 이 자리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었는데요. 세계 AI 반도체를 이끄는 기업 수장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마주 앉아 한국의 AI 미래를 논의한 현장이었습니다.
사실 이들은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닙니다. 지난해 방문 때 '깐부'라는 독특한 친분을 쌓은 이들은 이번에 한층 더 가까운 '형님' 관계로 자리했습니다. 막내 역할을 맡은 구광모 회장이 직접 고기를 굽고, 이해진 의장은 깻잎쌈 싸는 법을 일일이 알려주는 등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소맥 제조법을 배워 직접 건배사를 외치며 K-회식 문화에 재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회동은 삼겹살집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차 식사 후 이들은 인근 치킨집으로 이동해 2차를 이어갔는데요. 젠슨 황 CEO는 한국 후라이드 치킨이 그립다고 말할 정도로 애정이 깊었습니다. 이해진 의장은 1차 식사비를 네이버페이로 결제했고, 최태원 회장은 2차 치킨집에서 약 244만 원을 내는 이른바 '골든벨'을 울렸습니다.
HBM과 4가지 선물이 보여주는 협력의 미래
이번 만남의 핵심은 비즈니스였습니다. 젠슨 황 CEO는 한국을 위해 큰 선물을 가져왔다고 밝혔는데, 그 내용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베라 CPU, 엔비디아 최초의 AI 노트북 'RTX 스파크',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컴퓨터 '젯슨 토르'였습니다. 이 제품들은 모두 대용량의 HBM과 LPDDR 메모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이 필연적입니다.
업계에서는 해당 제품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이 탑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취재진 앞에서도 "More HBM!"을 외치며 메모리 공급 확대를 재차 강조했는데요. 이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상당한 수요 증가 시나리오를 예고하는 것입니다.
또한 젠슨 황 CEO는 한국 내 AI 연구와 로보틱스 연구를 위한 연구센터 설립 계획도 내비쳤습니다. 한국의 제조업 역량과 AI 인재를 높이 평가한 결과인데요. 이는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게임, 클라우드, 로보틱스까지 협력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립니다.
게이머에서 AI 대부까지, 대중 속으로 파고든 행보
이번 방문에서 눈에 띈 건 경제 행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젠슨 황 CEO는 홍대 회동에 앞서 T1 베이스캠프를 방문해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만났습니다. 그는 한국이 e스포츠의 발상지이며, 한국 게이머들의 GPU 선택이 엔비디아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친필 사인 RTX 5090 그래픽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사실 젠슨 황 CEO는 게임 문화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는데요. 6일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고, 7일에는 잠실야구장에서 시구자로 나서는 등 대중문화와도 적극적으로 교류했습니다. 이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도 회동하며 게임 업계와의 협력을 다짐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행보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넘어 차세대 소비층과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반대로 국내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와의 유대가 기술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방문 일정이 남겨줄 구체적인 협력 소식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