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에 묶인 아이, 그 시간에도 '돌봄' 기록이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11세 지적장애 아동이 학대로 숨진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가해자인 60대 목사는 아이를 침대에 쇠사슬로 묶어 약 30시간 동안 방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인데요. 문제는 이 목사가 아이의 장애인활동지원사로 등록되어 정부 급여를 받아왔다는 점입니다. 더 황당한 건, 아이가 고통 속에 결박되어 있던 시기에도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허위 기록을 남기며 수당을 챙겼다는 사실입니다.
당연히 이런 일이 가능했던 데는 제도적 허점이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배우자나 직계혈족 등 가족은 활동지원사가 될 수 없지만, 이 목사는 아이와 법적 가족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등록이 가능했던 겁니다. 월 최대 120시간의 서비스가 인정된 이 아동에게 목사는 6월부터 8월까지 총 120시간이 넘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입력했습니다. 특히 사망 직전인 8월 3일부터 5일 사이에도 15시간 30분의 지원 이력을 남겼는데, 이 시간이 바로 아이가 쇠사슬에 묶여 있던 시기와 겹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법의 허점을 노린 '이중적 신분'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는 신체·가사·사회활동 등을 돕기 위해 마련된 복지 서비스입니다. 원래라면 취약계층의 일상을 돌보는 사람들이 채워야 할 자리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오히려 학대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경제적 이득까지 취했습니다. 목사는 바우처 카드 등을 이용해 서비스 시간을 직접 입력하면서도, 아이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활동지원사는 아동학대를 발견하면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완전히 저버린 셈이죠.
물론 이런 부정수급이 장기간 이뤄진 데는 감독 공백도 컸습니다. 천안시는 국회의원실의 자료 요청 뒤에야 목사가 활동지원사로 등록돼 급여를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아이가 한 달에 114시간이 넘는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기록된 7월조차 별다른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무너진 안전망, 누가 지켜봐야 하나
이번 사건에서는 경찰 수사의 부실함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가 고통받던 시각에 활동지원사가 서비스를 제공한 기록이 있음에도 경찰이 핵심 참고인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천안시가 관련 자료를 경찰에 넘겼지만, 수사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가 미뤄졌다는 겁니다. 스스로 목소리 내기 어려운 장애 아동의 죽음 앞에서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사람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 취약계층 보호 체계의 허술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사과와 함께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보완 대책을 발표했지만, 제도를 둘러싼 구멍을 메우는 일이 시급해 보입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누가, 어떻게 감시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