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 달라진 풍경
지난달 2일 검찰청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습니다.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새 형사사법체계가 가동된 지 한 달, 현장에서는 변화의 진통이 숫자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보완수사 요구의 급증입니다.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1만2465건으로, 올해 상반기 월평균 1만985건보다 13% 넘게 늘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같은 달 2일부터 26일까지 1572건을 접수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9% 증가했고, 서울경찰청은 월평균 75건에서 94건으로 늘었습니다. 과거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정했지만, 이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경찰로 되돌려 보내는 구조로 바뀐 영향입니다.
5분이면 될 일이 15일, 현장의 혼선
속도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안미현 대전지방공소청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일몰 여부에 따라 적용 죄명이 달라지는 야간주거침입절도 사건에서, 검사가 직접 확인하면 5분이면 끝날 일이 약 15일 걸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의 협의 요청과 검사의 의견 제시, 이행 결과 통보를 거치는 과정이 길어진 탓입니다.
더 큰 쟁점은 증거능력입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제3항은 검사가 공소유지 과정에서 받은 자료를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 때문에 성폭력·사기 피해자들이 경찰과 공소청 사이에서 자료 제출에 어려움을 겪고, 재판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구속 기간이 정해진 강력 사건에서는 범행 동기 확인이 늦어질 경우 축소 기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경찰의 대응과 남은 과제
책임이 커진 경찰은 처우 개선에 나섰습니다. 내년부터 경위 이하 우수 수사관 약 600명의 근속승진 기간을 1년 단축하고, 수사팀에 평가 가점을 주며 특별승진과 사건수사비도 확대합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수사 부서가 가장 일하고 싶은 부서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은 검사가 수배했던 1954건을 이관받아 후속 조치를 마쳤고, 중대범죄수사청에는 출범 19일 만에 2002건의 인지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관계성 범죄 8800건을 점검해 가해자 격리·구속영장 신청 297건, 피해자 안전조치 226건을 시행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수사·기소 기관의 긴밀한 협조와 형사소송법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제도 안착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