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만의 불명예 퇴진
국립중앙박물관을 이끌던 유홍준 관장이 취임 1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발단은 지난 7월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었는데요. 전시에 나온 유묵 '일반시국은'을 독립운동가 박원근 지사의 글씨로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작품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해당 유묵이 유 관장이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5만 원에 사들인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겁니다.
'셀프 출품' 논란에 야권의 사퇴 압박이 거세졌고, 결국 유 관장은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하루 만에 사직안을 재가하면서 퇴진이 확정됐습니다.
남겨진 숙제와 논란
유 관장은 사퇴 이유로 박물관 명예 회복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650만 관람객을 기록하며 세계 3위 수준으로 도약하던 상황이었는데요. 전문가 검증 없이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 데다, 소유 사실을 뒤늦게 밝히면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퇴진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유 관장은 사퇴 이틀 뒤인 22일 이임식을 열고 박원근 지사 유족과 비공개로 만나 사과했는데요. 문제는 이임식 마지막 순서였습니다. 친일 행적으로 2009년 명단에 오른 서정주 시인의 시가 낭송되면서 문화계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유족 측은 애초에 소유 사실을 숨기지 말고, 친일 유묵을 애국지사 작품으로 판단한 근거를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운영 체제
빈자리는 박기홍 행정운영실장이 관장 직무대리로 맡게 됐습니다. 2003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와 대통령비서실과 주튀르키예 한국문화원 원장 등을 거친 행정·문화 전문가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물과 전시품의 출처, 진위를 검증하는 절차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시 자체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데, 유 관장은 전시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