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질환엔 동일 수가" 병원들의 요구
중증·응급진료와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면서도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종합병원들이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9월 2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포괄수련종합병원 정책세미나 2026'에서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장은 "동일 질환에 동일 수가를 적용해 달라"고 주장했는데요. 상급종합병원과 동일한 평가 기준과 혜택을 달라는 겁니다.
포괄수련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은 아니지만 중증·응급진료와 전공의 수련을 상당 수준 수행하는 500~600병상 규모의 병원을 말합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포괄 2차 종합병원'과는 다른 개념으로, 지역 의료의 허브 역할과 수련 기능을 동시에 맡고 있습니다.
배제된 지원, 쌓여가는 적자
문제는 정부가 추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에서 이들이 빠졌다는 점입니다. 전공의 이탈 이후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려면 추가 인력 투입과 당직 체계 유지가 필수적인데, 이에 따른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경영난이 깊어졌습니다. 이형래 회장은 100억 원대 적자를 안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병원계가 강조하는 원칙은 '동일 행위 동일 수가, 동일 평가 동일 보상'입니다. 의료기관의 종별이 아니라 실제 수행하는 기능을 기준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겁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윤상헌 부연구위원은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입원 환자가 퇴원 후에도 같은 기관을 계속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들어, 병상 수만으로 기능을 나누기보다 환자 이동 경로와 의료기관 간 연계를 함께 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카드
보건복지부는 제도적 틀이 이들의 역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양정석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진료권역을 기존 11개에서 14개로 세분화하고, 70개 중진료권별 '포괄 2차 종합병원'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괄2차 종합병원 193개소에 연 20개소를 추가하며, 기능강화 5,000억 원과 성과평가 4,000억 원을 포함해 연간 9,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평가체계도 손봅니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상급종합병원에 편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사 기관끼리 겨루는 '리그제' 도입과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인식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AI 기본의료와 의료·요양 통합돌봄 확대 등 역할에 맞는 지속가능한 보상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건은 속도입니다. 정부는 단계적 적정 보상체계 마련을 약속했지만, 100억 원대 적자를 버티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시행 시점과 규모가 관건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