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드러난 지시, 처벌은 없습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 10월 쿠팡 대구 칠곡 물류센터에서 숨진 고 장덕준 씨 사건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 의장의 부적절한 지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장 씨는 1년 4개월 동안 주 평균 58시간, 마지막 주에는 62시간을 일한 뒤 귀가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습니다. 사망 직후 김 의장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쿠팡은 사망 전 6일치 근무 영상 중 2일치만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고, 내부적으로 CCTV를 휴식 장면 위주로 분류해 정리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노동부는 지시가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처벌로는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공소시효입니다. 관련 혐의의 5년 시효가 2025년 10월에 끝나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사망 사실이 당국에 보고됐고 산재 승인 과정의 직접적 방해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로 함께 제시됐습니다.
105개 사업장서 206건 위반
사건 처분과 별개로 대규모 현장 점검 결과도 공개됐습니다. 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105곳을 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206건을 적발했습니다.
61건은 사법처리 대상으로 분류됐고, 145건에는 모두 19억 6천만 원 규모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컨베이어 비상정지 장치 미설치와 지게차 충돌 방지 조치 누락, 야간 노동자 특수건강진단 미실시, 휴게시설 관리 부실 등이 주요 위반 사항입니다. 산재 발생 시 합의금을 제시하며 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유도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반면 불법파견과 블랙리스트 의혹은 무혐의로 정리됐습니다. 1만 6450명 규모 명단이 자사 재채용 참고용으로만 쓰였고 실제 해고나 타사 취업 방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도 실제 해고 사례가 없어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취업규칙에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점에는 과태료 70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남은 쟁점
유족과 노동계의 반발은 거셉니다. 쿠팡대책위는 의장 소환 조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고 조사가 회사 쪽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며 감사원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총도 추가 수사와 블랙리스트·불법파견 판단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됐다며 유감을 표하면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는 적극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두 물류 계열사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215건 접수돼 상위 5개 사업장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노동부는 산재조사표 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보상 승인 사실을 사업장에 통보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처벌은 시효에 막혔지만 제도 정비와 감독 확대라는 과제는 남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