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기회가 되는 순간입니다.
"리젝션 이즈 리디렉션(Rejection is Redirection)".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제곡 '골든'으로 전 세계 차트를 강타한 작곡가 이재(EJAE)가 자신의 인생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12년이라는 긴 시간 연습생 생활을 하며 수많은 데뷔 무대 좌절을 겪었지만, 그는 그 모든 거절을 새로운 방향을 찾는 과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의 그릇이 커진 지점이 바로 데뷔가 좌절된 바로 그 순간들이었다는 게 이재의 설명입니다.
그 인내의 시간이 결실을 맺은 게 바로 '골든'입니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해외 애니메이션인데요, 이재는 이 작품의 사운드트랙 총괄부터 주인공 루미의 테마곡인 '골든'의 작곡과 보컬까지 맡으며 작품의 핵심을 잡았습니다. '골든'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한국 음악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을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 논의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어 가사가 전하는 문화적 자부심입니다.
이재가 '골든'에서 특히 강조한 점은 한국어 가사의 활용이었습니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많은 K팝 곡들이 영어 가사 비중을 높이는 것과는 달리, 그는 오히려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넣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팬들이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는 영상들이 SNS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재는 YTN 인터뷰에서 "외국 팬들이 '영원히 영원히' 같은 한국어 가사를 소리 내어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할머니 댁에 방문할 때마다 쌓인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이 같은 선택의 배경이었습니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김치찌개를 꼽을 정도로 그의 정체성에는 한국이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재의 선택은 K팝의 세계화가 단순히 외국 시장에 맞추는 것이 아닌, 우리 고유의 문화를 당당히 보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연습생 시절이 쌓아올린 직업적 신념입니다.
10년이 넘는 연습생 생활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은 오히려 그를 더 단단한 음악인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이재는 "데뷔가 안 된다는 것이 나에 대한 최종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작곡 실력을 갈고닦았고, 음악이 자신에게 '치료제' 같은 존재임을 확신하게 되었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끊임없는 노력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중요성'이라는 직업 윤리를 스스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애니메이션 주인공 루미의 캐릭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재는 "루미의 완벽주의와 무언가에 열심히 매달리는 자세가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든'의 고음 파트도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루미의 간절함과 내적 갈등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써 의미를 갖습니다.
꿈꾸는 다음 도약, 그래미까지 이어질까요?
'골든'의 성공으로 이재는 지미 펠런 쇼에 출연하는 등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그의 다음 목표는 그래미 작곡상 수상입니다. 또한 그는 에스파, 방탄소년단, 두아 리파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희망하며 K팝과 팝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곧 10월 24일 발매될 새 싱글은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잔잔한 발라드라고 합니다. 할아버지이신 신영균 배우에게서 배운 '끈기'를 바탕으로, 그는 계속해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재의 여정은 단순한 한 개인의 성공 이야기를 넘어, 끈질긴 도전정신이 어떻게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