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에 금값 급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3일 국내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5% 이상 급등해 1g당 24만 9900원에 거래됐는데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5%대의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금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5297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안전자산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태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국채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란발 물가 충격 우려가 커지면서 물가 상승에 취약한 국채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습니다.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등 가격이 하락한 것이죠. 반면, 금과 미국 달러가 새로운 피난처 자산으로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국채가 위험 회피 상황에서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랙록 인스티튜트 역시 장기 국채를 신뢰할 수 있는 버팀목으로 보지 않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한편, 금리 환경도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채권 수익률을 올리고, 이자가 없는 금의 매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실제로 2일 뉴욕 시장에서는 장 초반 3.5% 넘게 급등했던 금값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로 상승분의 일부를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은 가격은 5% 이상 급락하며 훨씬 큰 변동성을 보였죠.
‘장기전’ 가능성에 시장 주목
전문가들은 중동 갈등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이리지퓨처스의 데이비드 메거는 시장이 미국의 공격 지속 여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금값을 지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충돌이 오래 지속될수록 중앙은행들이 물가 압력을 고려해 금리 인상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프랑스 투자은행은 금값이 최대 15%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습니다.
월가의 한 선임 트레이더는 달러와 금을 주요 피난처 자산으로 꼽으며 시장이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시장 움직임은 단순한 위기 회피를 넘어, 고물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존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자산이 진정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갈등의 향방과 함께 금리 정책의 방향성이 다음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