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설탕 10조 원 담합 적발…검찰, 제분·설탕사 33명 무더기 기소

조한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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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달 전 수정 · 2026년 2월 3일 오전 2:23

발행: 2026년 2월 3일 오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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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밀가루와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6개 제분사와 3개 설탕 업체 관계자 33명을 기소했다. 담합 규모는 총 10조 원에 달하며, 밀가루 가격은 최대 42.4%, 설탕은 최고 66.7% 상승했다. 업체들은 공정위 감시를 피해 은밀히 담합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의 성과를 격려하고 법정형 상향 등을 지시했다.

10조 원의 짬짜미, 물가를 흔들다

지난 몇 년간 빵값이 크게 오르자 사람들은 ‘빵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설탕값도 급등해 ‘슈거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런 물가 상승의 이면에는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담합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2일 밀가루와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6개 제분사와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설탕 업체 관계자 총 33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밀가루 담합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3년 10개월간 이뤄졌다. 국내 밀가루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6개 제분사가 참여했고, 부당 이익은 5조 9,913억 원에 달한다. 설탕 담합도 4년 2개월간 지속되었으며, 시장을 주도하는 3개 업체가 가격을 조작해 3조 2,715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두 분야를 합치면 총 10조 원에 육박한다.

이번 담합으로 인해 밀가루 가격은 평균 22.7% 상승했고, 최대 42.4%까지 올랐다. 설탕은 최고 66.7%나 인상되어 소비자 부담이 급증했다. 업체들은 “강력분·박력분은 4000원, 중력분은 3000원을 올리자”는 식으로 구체적인 인상 금액까지 사전에 조율했다.

‘공 선생’을 피한 은밀한 담합 수법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극도로 은밀하게 움직였다. 공정위를 ‘공 선생’이라고 부르며 “공 선생한테 걸리지 않게 조심하자”는 대화가 녹음 파일에서 확인됐다. 담합 방식도 치밀했다. 가격 인상 시기를 정할 때는 ‘사다리 타기’ 방식을 썼다. 업체들이 돌아가며 인상 순서를 정해 한 번에 올리면 눈에 띌 수 있으니, 조금씩 나눠서 인상하는 전략이었다.

증거 인멸 시도도 있었다. “자기가 올린 문서는 자기가 지우자”, “너무 많이 지우면 증거인멸로 갈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가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일부 업체는 리니언시 제도(자진 신고자 감면)를 신청해 기소를 면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설탕 업체 관계자들은 “3사가 합의하면 절대 가격을 못 내린다”고 말할 정도로 담합이 공고했다.

대통령 격려와 법정형 상향 논의

검찰의 이번 수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생필품 가격 담합을 철저히 단속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수사에 나서 5개월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큰 성과를 냈다”고 격려하며, “법정형 상향, 부당이익 환수, 물가 원상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2억 원 이하다. 담합 규모가 10조 원에 달하는 데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법정형 상향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수사는 검찰이 생활필수품 담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다른 분야에서의 담합 적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적발로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하락할 수 있을지, 또 부당이익 환수와 물가 원상복구가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