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치 찍은 학교폭력...초등학생 피해 눈에 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전국 초중고 재학생 39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피해 응답률은 2.9%로 집계되었는데요. 이는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피해를 호소한 학생 9만 1,600명 가운데 62%인 5만 6,500명이 초등학생이었으며,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피해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이 37.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집단따돌림(17.1%), 신체폭력(15.7%) 순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신체폭력과 집단따돌림은 전년보다 각각 1.1%포인트, 0.7%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는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싸우게 한 뒤 영상을 촬영하는 이른바 '야차룰' 같은 신종 학교폭력까지 확산하며 학부모와 교육계의 걱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장난일 뿐"이라는 가해자...확 달라진 폭력 양상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피해 응답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가해 응답률은 오히려 0.8%로 전년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는 사실입니다. 가해 학생의 30% 이상이 폭력의 이유를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음'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인식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건수 비율은 51.7%로 상승했고, '학교폭력 아님'으로 결론 난 비율도 22.1%에 달했습니다. 사소한 갈등마저 공식 절차로 이어지는 이른바 '학교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교육적 해결이 아닌 법적 다툼에 에너지가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생활지도나 갈등 중재를 하다 악성 민원에 휘말릴까 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처벌보다 중요한 관계 회복...교실의 예방 역량 키워야
이런 가운데 대구지역은 1.3%라는 낮은 피해응답률로 15년 연속 전국 최저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역 교사들이 학생 간 갈등 초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건을 확대하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이는 교사의 중재와 현장 개입이 학교폭력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언어문화개선 교육주간을 확대 운영하고, 관계 회복 중심의 맞춤형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부터 시작되는 맞춤형 프로그램과 교사들이 중재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학교가 법적 분쟁의 장이 아닌, 아이들이 관계를 회복하고 성장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교육 현장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