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군사 활동의 하루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하루 만에 급격히 고조됐습니다. 어제 오전,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9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하고 이탈했습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북한이 서해상으로 240mm 방사포 10여 발을 발사했습니다. 시간상으로는 별개의 사건이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강대국들의 군사적 움직임과 북한의 도발이 중첩되며 복잡한 안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러시아 군용기 7대와 중국 군용기 2대가 동해와 남해 KADIZ에 각각 진입했습니다. 우리 군은 이들을 조기에 탐지하고 공군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켜 감시 및 대응 태세를 유지했습니다. 다행히 영공 침범은 없었지만, KADIZ에 대한 무단 진입은 국제적 관행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주한 중국 및 러시아 국방 무관에게 엄중히 항의했습니다.
KADIZ 침범, '연례 훈련'이라는 해명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비행을 국제법을 준수한 정례 활동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2025년 군사 협력 계획의 일환"이며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국방부 역시 이를 "제10차 연합 공중 전략 순찰"로 명명하며 연간 협력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정부도 비슷한 시기 일본 주변에서 중러 군용기의 공동 비행 훈련이 있었다고 발표하며, 이를 무력 시위로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례 활동'이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사전 통보 없이 통과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어도 상공은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지역으로, 이번 진입은 민감한 지역에서의 군사적 행보로 읽힙니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KADIZ가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이 오키나와 주변 해역에서 집중적인 함재기 훈련을 벌인 데 이어 이번 공중 순찰이 이뤄지며,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군사적 압력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 재점화
중러 군용기 활동이 있은 지 몇 시간 뒤, 북한은 또 다른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서해상으로 240mm 방사포 10여 발을 발사한 겁니다. 군 당국은 이를 북한의 동계훈련 일환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사포는 장사정 다연장로켓으로, 사거리가 길어 남한의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 체계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하에 핵무기 종합관리체계 내에서 초대형 방사포 훈련을 실시한 바 있어, 이번 발사도 핵 운용 능력 과시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군은 이번 방사포 발사가 중러 군용기 KADIZ 침범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외부의 군사적 움직임이 주목받는 틈을 타 저강도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에도 유사한 방사포 발사 훈련이 두 차례 있었던 만큼, 정례적인 군사 훈련을 지속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맞물린 도발, 복잡한 안보 퍼즐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이 두 사건은 각각 별개이지만,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맞물려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기합니다. 첫째, 중러의 공동 군사 활동이 보다 정례화되고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해와 동중국해, 태평양 서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공중 순찰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 역내 영향력과 군사적 연대를 과시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일본이 느끼는 위협과 한국이 경험한 KADIZ 침범은 이 같은 흐름의 일부입니다.
둘째, 북한은 이러한 강대국들의 군사적 행보를 배경으로 삼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사이에 자신의 군사력을 꾸준히 시험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도전이자, 국제 사회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릴 때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동북아 지역에서는 이러한 복합적 군사 활동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러의 협력 훈련이 계속되고, 북한이 정례 훈련 명분으로 도발을 반복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은 우발적 충돌 방지와 안정적 위기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국방부가 KADIZ 침범에 대해 즉각 항의하고, 북한 도발에 대비한 태세를 강조한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의 당연한 조치입니다. 이번 사건들은 동북아가 단일한 위협이 아닌, 여러 행위자들의 복잡한 군사적 계산이 교차하는 장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