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를 덮친 히트플레이션
2026년 8월, 기록적인 폭염과 남부지방의 가뭄이 겹치면서 채솟값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특히 시금치는 100g당 1,088원에서 2,000원으로 한 달 만에 85% 가까이 올랐는데요. 오이와 애호박, 열무 등도 40~80%대의 급등세를 보이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풍경도 연출되었습니다. 더위에 채소가 금방 상하는 탓에 상인들이 매대에 사진을 붙여놓고 실물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손님이 요청할 때만 꺼내는 방식을 쓰고 있죠. 이처럼 히트플레이션이라는 이름 아래 농산물의 신선도와 가격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실 일부 품목은 평년보다 오히려 저렴하기도 합니다. 강원 고랭지 작황이 양호해 배추와 무는 평년 대비 30% 이상 낮은 수준인데요. 다만 소비자들의 체감은 시금치나 오이 같은 부각된 품목의 급등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논바닥 갈라진 남부지방 산지
가격 상승의 이면에는 산지의 극심한 피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남 지역만 농경지 1,800여 헥타르가 햇볕 데임과 잎마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특히 밀양, 함안, 거제 등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뭄 심각 단계가 발령될 정도입니다. 저수지 바닥이 드러날 만큼 가뭄이 극에 달하자 농민들 사이에서는 태풍이라도 왔으면 하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50년 만의 최악 가뭄 속에서 논바닥이 갈라지고 고추와 벼가 고사하면서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해졌죠. 축산과 수산도 예외는 아닙니다. 폭염으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90만 마리가 넘게 폐사했고, 복숭아와 수박 같은 제철 과일 역시 상품성이 떨어져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추석까지 이어질까 물가 전망
물가 상방 압력은 유가와 통신요금 변수까지 더해져 추석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운송비와 생산비가 오르고 있는데요. 여기에 지난해 통신요금 할인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지수는 3%대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비축 물량을 확보하고 할인 행사를 펼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배추 1만 5,000톤과 무 6,000톤을 비축해두고, 추석 성수기까지 채소와 가공식품을 최대 40~57% 할인 판매할 계획입니다. 다만 기상 악화가 계속될 경우 단기 할인만으로는 근본적인 수급 안정을 담보하기 어려운 점도 사실입니다. 당장 더위가 한풀 꺾였다 해도 가뭄의 여파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겁니다. 상인과 소비자, 농민 모두가 풀리지 않는 물성 기근 속에서 다음 달 명절 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