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다자 무대에서 완성된 릴레이 외교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다자안보외교 무대에서 하루 만에 네 나라 국방 수장을 만났습니다. 지난 10월 28일 필리핀에서 열린 제1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호주,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잇따라 양자회담을 가진 겁니다.
회담의 축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국방과 방산 협력의 실질적 확대, 다른 하나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한 공동 대응입니다. 짧은 일정 안에 안보 의제와 산업 의제를 동시에 다룬 셈인데요. 각국과의 논의는 기존 계약의 이행 점검에서 출발해 새로운 협력 분야를 발굴하는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땅에서 바다로 넓어지는 방산 지도
말레이시아와는 2023년 체결된 FA-50 경공격기 수출 계약의 성과를 점검하고 인적 교류와 연합훈련 확대를 논의했습니다. 인도와는 K9 자주포와 비호복합체계를 중심으로 방산 협력을 키우기로 했고, 필리핀에는 해·공군 무기체계 현대화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관심을 요청했습니다.
호주와의 회담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양국은 이미 자주포와 장갑차에서 현지 생산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 자주포 30문과 탄약운반차 15대, 2023년 레드백 129대(3조1649억원) 계약을 따냈고, 질롱 H-ACE 공장에서는 핵심 부품을 현지 업체가 공급하며 생산 체계를 갖췄습니다. 지상 장비에서 쌓은 신뢰가 해양으로 건너갈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호주 정부는 한화의 오스탈 지분 19.9% 인수를 승인했고, 한화는 오스탈의 미국 조선소 사업 인수 의향까지 내놓은 상태입니다. 반대로 2024년 호위함 사업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최종 후보에서 밀려나며 해양 분야의 벽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긴장, 회담 테이블 위로
모든 회담의 마지막 순서는 한반도 문제였습니다. 강 장관은 9월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폭발과 국경선 요새화 움직임을 설명하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러 군사협력 심화가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안보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상대국에 직접 알린 겁니다. 말레이시아와 호주 측은 이에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방산 수출은 결국 안보 신뢰의 다른 얼굴입니다. 이번 회담이 구체적 계약으로 이어질지, 공감대 확인에 그칠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릅니다. 다만 한국이 인태 지역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무대였던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