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담합 의혹
공정거래위원회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기름값 담합 혐의에 대한 심의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두 회사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부터 2026년 3월 미국·이란 전쟁 직후까지 약 4년간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정보를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데요. 공정위가 추산한 관련 매출액은 44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과징금 상한은 매출액의 20%로 최대 8조8200억원이지만, 심사관은 이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부과기준율을 10.5% 미만으로 적용할 경우 약 4조6305억원 이하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정유 4사가 시장의 98%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인 만큼 파장이 작지 않은 겁니다.
실제로 2011년에도 정유업계는 주유소 확보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4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이후 소송에서 일부 처분이 취소된 바 있습니다.
처벌 수위는 왜 낮은가
담합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현행법은 담합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3조2715억원 규모의 설탕 가격 담합 1심에서도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전직 경영진은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피했습니다.
검찰은 범행 규모와 죄질에 비춰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법정형 상한 개정과 부당이익 환수 방안을 지시한 상태입니다. 검찰청 폐지 후 대형 담합 수사를 이어받은 서울중수청 반독점수사국은 정원을 17명에서 122명으로 7배 이상 늘렸는데요. 제도 정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사 역량 확대만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16조3961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담합 사건으로 6개 업체와 임직원 37명을 기소하며 역대 최대 규모 사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정유업계의 반발과 개선책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중동 원유 수급 불안 속에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우회수송으로 공급 안정에 힘쓰는 와중에, 최고가격제 연장과 수출 물량 제한으로 경영 자율이 제한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명예교수는 정부 주도의 관제 가격 체제로 정유사들이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K에너지는 김종화 대표이사 명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사과했습니다. 회사는 주 단위 공급가격 사전 확정·고지와 사후정산 폐지 제도를 시행하고, 임직원 1인당 연 2시간 이상 공정거래 교육 정례화, 경쟁사 접촉 시 사전승인·사후보고 체계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교환된 정보가 사후 정보였다며 담합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