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2시간 만에 갈겨진 '종결' 도장
제주에서 30대 여성 장미란 씨가 실종된 지 104일 만에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실종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 5월 15일 밤이었는데요. 당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경장은 장 씨와 통화가 됐다며 신고 접수 2시간 반 만에 사건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통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통화 내역도 존재하지 않았고, 장 씨는 이미 실종 신고가 이루어지기 전인 다음 날 새벽에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경장은 경찰 내부 시스템에 교통사고 사망이라고 허위 기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구속되었습니다.
믿었던 치안의 두 얼굴과 시스템 허술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한 명의 허위 종결에 그치지 않습니다. 부경장은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소재 발견으로 허위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가짜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현장 확인도 없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경장은 실종 치매 노인을 발견했다며 경찰청장 표창까지 받은 인물입니다. 표창 수상 이후에도 비위 행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내부 검증 시스템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더불어 부경장은 여자화장실 침입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화장실 내부 벽면에서 부경장의 DNA가 검출됐는데, 본인은 발을 삐끗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그가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112 신고 녹취록이 보존 기한 만료로 자동 삭제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뒤에도 녹취 연장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의 부실 대응은 원본 증거 확보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밝혀지지 않는 사망 원인과 남은 과제
장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특이한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농장은 인적이 드물고 가시가 많아 스스로 찾아가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타살 가능성을 51.1%로 제기하며 사건 직전의 동선 파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목맴사로 보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유족은 이번 사건이 고인의 이름이 아닌 허위 종결 경찰관의 잘못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제주경찰청장은 유가족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며 298건 전수 조사와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숨진 이들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