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이력 공개, 왜 지금 뜨거운가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의료인의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의료계와 정부가 동시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15세 때 척추측만증 수술 중 의료과실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은 경험이 있는데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환자가 수술 전 집도의의 확정판결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특히 내년 5월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으로 의료과실 형사책임이 완화될 예정이라서,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할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알 권리와 방어진료 사이
환자단체들은 의사의 형사책임이 줄어드는 만큼 환자가 최소한의 검증된 정보는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사고의 80%가 시스템 문제인데도 개인 실수만 부각되어 의료진이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에서 단순 이력 공개가 방어진료를 부추겨 결국 수술받을 의사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복지부는 성범죄나 무면허 의료행위 같은 고의적 의료범죄 이력 공개에는 찬성한다며 선별적 접근 필요성을 밝혔습니다. 조용진 강서구 의사회장은 저수가와 사법 리스크 속에서 의사들을 낙인찍으면 위험도가 낮은 진료과로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선진국은 어떻게 하나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해외 사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NPDB라는 전국 의료인 데이터뱅크를 운영하는데요. 사고 내역을 통합 관리하되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고 채용 및 자격 심사 기구에만 제공합니다. 영국 역시 GMC라는 전문 심리 기구를 통해 면허 적합성을 평가하며 선의의 임상 과실이 방어진료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판결문 나열이 아닌 의료범죄와 임상적 과실을 정교하게 구분하는 전문 심사 기구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권용진 서울대 교수는 보건복지부 내에 환자 안전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하며, 정부가 학술적 연구를 심화하고 제도적 기틀을 다져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