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금융시장을 다시 한번 출렁이게 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부 유조선의 통행 재개 소식에 국제 유가가 잠시 꺾였지만, 이란의 우회 수출로 공격이 이어지자 유가는 다시 3%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런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도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소폭 상승 마감하며 신중한 반등 모드를 보였는데요. 투자자들은 유가 충격과 인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한창 진행 중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회의 결과를 복합적으로 저울질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해협 통행과 우회로 공격의 이중주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 정세는 하루 만에 극적인 반전을 여러 차례 보였습니다. 먼저 파키스탄과 인도 국적 선박들이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긴장 완화 기대감이 퍼졌습니다. 이 소식은 전날 국제 유가를 5% 이상 급락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죠. 그러나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한 우회 수출로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항구를 공격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다시 급반전했습니다. 푸자이라 항구는 하루 백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핵심 시설인 만큼, 이 공격은 중동 사태의 불안정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시장에 각인시켰습니다. 결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9% 상승한 배럴당 96.21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관망하는 증시와 연준의 그림자
유가가 이런 식으로 등락을 거듭하자, 뉴욕 증시의 반응은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0.10%, S&P500 지수는 0.25%, 나스닥 지수는 0.47%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상승에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완화시켰고, 엔비디아 GTC 개발자 회의에서 쏟아지는 AI(인공지능) 낙관론이 기술주 심리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기대감에 마이크론이 4.5% 급등하기도 했죠.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였습니다. 시장은 유가 급등이 초래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연준이 어떻게 평가할지, 그리고 이 평가가 향후 금리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전쟁 상황을 고려해 금리 동결이 유력할 것으로 보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한마디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함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불확실성 속의 향후 쟁점
앞으로 시장을 좌우할 핵심은 중동 정세의 구체적인 전개와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의 석유 시설 무력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정작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호위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동맹국 도움 불필요’ 발언은 시장에 일종의 혼란을 가져왔죠. 결국 유가와 증시의 안정을 위해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고, 이는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공조에 달려 있습니다. 한편, 국내 증시는 이날 뉴욕 증시의 신호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코스피가 2% 대의 상승으로 5700선을 회복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수혜주로서 상승을 이끈 것이 주효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증시 역시 중동에서 비롯된 유가와 환율 변동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중고——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정책 불확실성——를 해소할 실마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