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기준 강화에 속출하는 관리종목
7월부터 시행된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이 증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새 기준 때문인데요. 이 기준에 따라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36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묶였습니다. 이들은 향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이상 주가를 1,000원 이상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라는 중압감 속에 있습니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14일 장 초반에는 태원물산과 대원화성, SUN&L 등이 관리종목 지정 이후 일제히 20%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는데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내 종목도 언제 관리종목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FDA 승인 기업도 걸리는 획일적 잣대
이번 규정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실적이나 기술력과 무관하게 주가만으로 기업의 상장 자격을 판단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K바이오 업계인데요. CMG제약은 조현병 치료제로 FDA 품목허가까지 받은 기업입니다. 랩지노믹스는 유동자산만 700억 원대를 보유한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죠.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주가가 1,000원을 밑돌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교육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코스닥 시총 200억 원 미달과 동전주 요건이 겹쳐 관리종목이 되었고, 대교는 액면병합을 추진하며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데이원컴퍼니 역시 성인 교육 사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으로 상장 유지 기준에 근접했습니다.
이처럼 혁신 기업이나 특정 업종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기준이 오히려 건전한 기업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낮은 성인 교육 참여율로 어려움을 겪는 교육업, 장기 연구개발이 필요한 바이오업이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 대응 넘어 본업 경쟁력이 관건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15개 기업이 액면병합이나 감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CMG제약도 10대 1 주식병합을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주당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일 뿐 기업가치 자체를 끌어올리지는 못합니다.
반대로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한화투자증권 엄수진 연구원은 단순한 상장 유지에 급급하기보다 본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액면병합으로 버티는 사이 실적과 재무 상태를 개선해야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부실 기업 퇴출이라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과거 신라젠 사태처럼 전 경영진의 비리로 수만 명의 소액주주가 피해를 본 전례를 생각하면, 기업의 책임 경영과 투명한 소통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다만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첨단산업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건전한 퇴출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기계적 기준이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작게 봐서는 안 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