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천만, 기록을 깬 사극의 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31일 만에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무려 2년 만에 탄생한 천만 영화인데요.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왕의 남자', '광해', '명량'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사극 장르가 이 기록을 세웠다는 점입니다. 2년 만에 찾아온 천만 관객이 한국 영화계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흥행의 중심에는 장항준 감독과 주연 배우 유해진, 박지훈이 있었습니다. 유해진은 '왕의 남자'에 이어 두 번째 사극 천만 배우가 되었고, 박지훈은 첫 상업 영화 데뷔작에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르며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역사의 빈틈을 채운 인간적 서사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선 인간적 서사에 있습니다. 계유정난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단종(박지훈 분)과 그의 주검을 수습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의 관계를 그린 이 작품은, 교과서적인 '비극의 왕' 이야기가 아닙니다. 장항준 감독은 관객이 감동한 포인트로 단종 캐릭터의 성장 서사를 꼽았습니다. 나약했던 어린 왕이 유배지에서 점차 인간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현대 관객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겁니다. 감독은 영화가 담고자 했던 핵심 가치를 '의의'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옳은 일을 지키려 했던 과거 사람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볼 점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한 편이 바꾼 풍경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스크린을 넘어 실제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와 장릉에는 관광객이 폭증했는데요, 명절 연휴期間 방문객이 예년보다 8~9배 늘어나는 등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에 현지 당국은 다량의 인파에 대비한 특별 안전 점검에 나서기도 했죠. 문화적 파급효과도 뚜렷합니다. 영화의 영향으로 서점가에서는 단종과 조선 시대를 다룬 역사 서적과 소설의 판매량이 급증했습니다. 춘원 이광수의 '단종애사'가 재출간되는가 하면, 어린이 역사 동화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한 편의 영화가 대중의 역사 탐구 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킨 모습입니다. 오는 4월 열릴 단종문화제는 이런 흐름을 이을 다음 행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